SK렌터카 충남 천안 '오토옥션'…국내 최대 규모
국내 첫 원스톱 플랫폼…중고차 상품화부터 경매까지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앞에 놓여 있는 이 차는 누가 탔던 차량일까요?"

투어를 이끈 진행자의 말에 기자단의 시선이 앞쪽 차량으로 쏠렸다. 레드카펫 위에 검은색 카니발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차량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유세 기간, 그리고 당선 직후 첫 출근까지 사용했던 차량이었다.

비장한 차량 소개와 함께 본격적인 오토옥션 투어가 시작됐다. 지난 15일 충남 천안에 문을 연 SK렌터카 오토옥션은 단순한 중고차 경매장이 아니었다. 차량 진단, 촬영, 상품화, 살균 탈취까지 '한 지붕 아래'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원스톱 중고차 유통 플랫폼이었다.

   
▲ SK 렌터카 오토옥션 경매장 모니터./사진=김연지 기자

첫 번째 들른 곳은 경매장이었다. SK렌터카 오토옥션 경매장은 마치 주식거래소를 방불케 했다. '띵동' 소리와 함께 낙찰 알림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모니터에는 실시간 경합 중인 차량의 사진과 금액이 표기되고 있었다. 경매는 매주 화요일 오후에 열린다. 회차당 출품 차량은 약 1000대다.

경매장을 나와 향한 곳은 '프루브 시스템'이 가동되는 진단 구역이었다. 출품 차량은 모두 8단계에 걸친 진단과 상품화 과정을 거친다. 이를 위해 SK렌터카는 자체 시스템인 '프루브'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차량의 외관과 성능 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경매 참여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핵심 플랫폼이다.

프루브 시스템의 출발은 자동차 하부 스캔부터 시작된다. 차량이 전용 스캔존을 지나면 고화질 카메라가 하체를 정밀하게 촬영해 조인트 마모, 누유, 부식 여부 등을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입찰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까지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경매사는 SK렌터카 오토옥션이 유일하다.

   
▲ (완쪽)차량이 바닥에 설치된 하부 스캔 장비를 통과하고 있다. (오른쪽) 하부스캐너 지나간 뒤 표시된 차량의 하부./사진=김연지 기자
   
▲ 이정환 SK렌터카 대표이사가 차량 하부 스캐너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실제 현장 대형 모니터에는 방금 통과한 차량의 하체 이미지가 선명하게 확대돼 나타났다. 이정환 SK렌터카 대표이사는 "차량이 스캔존을 통과하면 등속조인트, 프레임 연결부 등 하부 주요 부위가 영상과 사진으로 정밀하게 촬영된다"며 "법적 성능 점검지를 넘어선 수준의 정보가 입찰자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유되는 것이 오토옥션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 오토옥션 스튜디오. 23개의 카메라가 차량 외관을 동시에 촬영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하부 스캔을 마친 차량은 스튜디오로 이동한다. 이곳에서는 총 23대의 카메라가 차량 외관을 동시에 촬영해 손상 부위와 사고 흔적을 기록한다. 이어 221가지 항목의 성능 점검이 실시되며, 전기차 배터리 상태, 조향계, 주행 안정성까지 포함한 모든 결과는 디지털화돼 SK렌터카 오토옥션 시스템에 등록된다. 이 데이터는 국내외 1000여 개 회원사에 공유되며, 경매 플랫폼을 통해 차량 구매 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작용하게 된다.

프루브 시스템은 총 7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돼 있다. 하부 스캔 데이터 제공, AI 외관 판독, 전문기관과 협업한 성능 점검, 세스코의 카케어 솔루션, 원스톱 상품화, 360도 촬영을 통한 차량 이미지 제공, 전기차 배터리 진단 및 인증 등 모든 과정을 종합적으로 수행한다.

   
▲ 프루프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는 급속 충전기에서 충전하는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특히 전기차의 경우 독일 인증기관인 TUV와 한국전기차산업협회의 공식 인증 시스템을 통해 배터리 상태를 수치화한 인증서를 발급한다. 입고 즉시 급속 충전과 동시에 데이터를 수집하며, 이 정보는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돼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이후 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을 거쳐 인증서 형태로 출력되며, 차량 유리창에 부착된다.

이 인증서는 중고 전기차의 성능을 수치로 보여주는 자료로 구매자 입장에서 전기차의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지표다. 관계자는 "전기차 잔존 수명 평가를 기반으로 발급된 인증서는 중고 전기차 시장의 가격 기준이자, 투명성 확보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품질 분석실은 앞서 수집한 차량 하부 및 외관 데이터, 221가지 성능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상품화 범위를 확정하는 곳이다. 전문 분석관이 사고 이력, 부식, 마모 상태 등을 분석하고, 필요한 수리나 정비 항목을 작업 지시서로 작성한다. 전기차의 배터리 상태와 인증 관리 역시 이곳에서 이뤄진다.

   
▲ 품질 분석실에서 전문 분석관이 차량의 정보를 검토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 '360도 VR 스튜디오'에서 촬영되고 있는 차량의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360도 VR 스튜디오'는 상품화를 마친 차량에 대해 최종적으로 품질 점검을 시행하는 장소다. 사방이 흰색으로 구성된 텅 빈 공간 중간에 차량을 세워 회전시키며, 고화질 카메라로 왜곡 없이 촬영한다. 외관뿐 아니라 타이어, 전조등 등 세부 항목까지 꼼꼼하게 확인해, 상품화가 완료된 차량의 이미지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단계다.

중고차 구매 시 고객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소 중 하나는 차량 내 냄새다. SK렌터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스코의 카케어 솔루션을 도입했다. 살균·탈취 구역에서는 친환경 살균액으로 차량 실내를 집중 소독한 후, 정밀 탈취와 드라이 스팀 처리를 거친다. 이 4단계 과정을 마친 차량에는 '세스코 인증 마크'가 부착된다. 반려동물 흔적이나 흡연 냄새 제거도 별도 공정으로 처리된다.

   
▲ 세스코 제품으로 살균·탈취 과정을 진행하는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 옥션 스튜디오. SK렌터카 오토옥션은 출품 차량의 상태를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통해 보여주는 인스펙션 스튜디오를 도입했다./사진=김연지 기자

SK렌터카 오토옥션의 마지막 투어 코스는 '옥션 스튜디오'였다. 이곳은 출품 차량 정보를 유튜브 생방송으로 제공하는 공간으로 입찰 전 차량 상태를 실시간 쌍방향으로 설명하는 '1:1 차량 해설 방송'이 진행된다. 

이 대표는 "입찰자가 요청하면 특정 차량을 스튜디오에 옮겨와 미케닉이 실시간으로 하부, 외관, 엔진룸 등을 보여준다"며 "엔진음의 떨림 여부도 마이크로 전달할 수 있어 입찰자 입장에선 사진보다 훨씬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오토옥션은 사진 몇 장과 성능표로 모든 걸 판단하던 기존 경매 시스템과는 확실히 달랐다. 실시간 해설과 고화질 영상, 세밀한 진단 데이터까지. 번쩍번쩍한 외관이 아닌, 고객이 알고 싶어하는 세세한 정보들을 꺼내 보이며 중고차 유통의 모든 과정에 신뢰를 담아내는 중고차 플랫폼이었다.

SK렌터카는 단순한 경매장을 넘어 차량 상품화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신뢰의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중고차에 대한 불신과 의심을 '데이터 기반의 투명성'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오토옥션은 연면적 약 8만9000㎡(약 2만7000평) 주차 가능 대수 3000대로 국내 중고차 경매장 중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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