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대출절벽 현실화 우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가 기존 대비 3조~4조원 가량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가계대출 여유분이 당초 계획의 절반가량 줄어든 만큼,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은행권은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에 부응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문턱을 높여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 하반기 가계대출 여유분이 당초 계획의 절반가량 줄어든 만큼,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사진=김상문 기자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등 최근 금융감독원에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를 수정해 다시 제시했다. 이들 은행은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정책대출 제외)을 약 14조5000억원, 하반기 7조2000억원 정도로 잡았다.

하지만 정부의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라 하반기 가계대출 목표치를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50% 수준으로 감축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지침에 따라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액을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며 "은행마다 대출 여력에 차이가 있어 상반기 대출 실적에 따라 축소율이 다르겠지만, 연간 기준으로 25%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를 조이면서 하반기 대출절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은행들의 3분기 대출 태도 역시 전보다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3분기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수(-17)는 전분기(-13)보다 4p 떨어졌다. 특히 가계 주택대출(-31)은 전분기(-11)보다 20p 떨어지며, 대출 심사가 더욱 까다롭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은 이미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높이는 한편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출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5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전날 대비 0.06포인트(p) 올린 연 3.57~4.77%로 책정했다.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 역할을 하는 지표금리가 0.01%p 하락했지만, 가산금리를 0.07%p 인상한 것이다.

신한은행도 같은 날 신잔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돼 금리가 6개월마다 바뀌는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0.08%p 올린 연 3.62~5.03%로 조정했다. 변동형 주담대에 영향을 주는 코픽스가 19개월 연속 하락했음에도,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이다. 하나은행도 가산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대환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를 연 3.73%에서 연 3.83%로 0.1%p 인상했다.

신한·하나·농협·IBK기업은행 등은 이미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신청을 잠정 중단했다. 신한은행도 대출모집인 기반의 8~9월 시행 예정인 수도권 주담대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역에 관계없이 대출모집인을 통한 8월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기업은행도 8~9월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신청을 중단했다. 다만 전세대출은 별도 제한이 없다. 다만 은행을 직접 방문하거나 비대면을 통한 신청은 가능하며, 전세대출은 별도 제한이 없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한도 관리를 위한 조치로 이달 실행 예정인 대출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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