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사 합산 점유율 16.9~18.7%까지 하락…CATL, BYD 점유율 55% 상회
저가형 LFP 배터리 공세…국내 3사 차별화 전략 구사하지만 한계 드러나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글로벌 전기차 사용량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LFP(리튬, 인산, 철)배터리의 대량 공급과 대세화에 성공한 것이 주된 영향으로 꼽힌다. 또 저가 LFP, 원통형 배터리 신수요에 즉각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직원이 배터리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사진=LG에너지솔루션


21일 에너지 전문 시장 조사업체 SNE 리서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전년 대비 25~38% 성장이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38.8% 성장했다.

이 중 업체별 점유율은 중국 기업들이 압도적으로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다. 1분기 기준 CATL의 글로벌 점유율은 38.3%, BYD는 16.7%로 각각 1,2위를 유지하고 있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하면 55%를 상회해 글로벌 점유율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3사의 점유율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3위를 유지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13.4%를 기록했다. SK온은 4.2%, 삼성SDI는 3.3%로 각각 5위와 7위를 기록했다.

국내 3사의 점유율은 16.9~18.7%까지 하락했다. 지난 2021년 30%대에서 감소세가 뚜렷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LG에너지솔루션 5.7% △SK온 3% △삼성SDI 2% 하락했다.

중국 업체들의 주된 성장 요인으로는 저가 LFP 배터리의 대량공급과 자국내 수요 확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 꼽힌다. 국내 3사는 차세대 배터리(NCM, LFP, 신형 원통형)와 맞춤형 솔루션, 북미·유럽 생산거점 확대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도 있으나 점유율 방어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증가 속도가 주춤하는 가운데 가격 경쟁력 중심의 시장 재편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맞물린 것이다. 이에 가격에 민감한 완성차 고객사들이 NCM(니켈, 코발트, 망간)과 같은 삼원계 배터리 대신 중국계(LFP, 각형)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베이징 국제 오토모티즈 전시회에 설치된 CATL 부스./사진=로이터

특히 지난해부터 CATL, BYD가 잇달아 선보인 소듐이온 배터리, 고밀도 망간 배터리가 주목을 받으며 국내 배터리 기업의 대응이 더욱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정책 리스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유럽의 자원법 강화 등 각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면서 국내 3사는 미국·유럽 내 대규모 현지화 투자 압박과 더불어 까다로운 공급망 관리에 직면했다. 이 같은 부담은 경쟁력 저하와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를 위해 국내 3사는 각각 상황을 진단하고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미국 GM·테슬라 등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원통형·LFP 등 신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만회에 나섰다. 

SK온도 신규 유럽·북미 프로젝트와 차세대 배터리 투자를 추진하면서 전략 고객 다변화에 힘을 싣고 있다. 일부 OEM 의존도가 높았던 탓에 생산 라인 회전이 둔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고성능·고부가 프리미엄 제품 중심 구조 탓에 시장 성장세에 뒤처질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엔 중저가·원통형 제품군 확대를 위한 생산 거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점유율 방어에 불리한 프리미엄 중심에서 원통형·중저가 제품 다변화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실질적인 출하량이 늘어났지만 중국 기업들의 주도력이 더욱 강화됐기 때문"이라며 "정책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기술 차별화 제품이 조기 상용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점유율 회복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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