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업계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항공기 도입과 노선 확대 등 외형 성장을 위한 투자가 절실하지만 대부분 업체들이 이를 감당할 자본이 부족한 상황이다. LCC 업계는 대다수가 높은 부채비율과 자본잠식 리스크에 노출된 상태로, 자본 확충 없이는 서비스 고도화는 물론 생존 자체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국내 주요 LCC들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모두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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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서울 항공기 이미지./사진=에어서울 제공 |
일반적으로 제조업의 경우 부채비율 200%가 넘어가면 부도 등 위험 요인이 큰 것으로 분류된다. 다만 항공업계의 경우 IFRS 회계 변경 이후 항공기 리스가 부채로 잡히면서 부채비율이 이를 크게 상회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국내 항공업계에서 일부 항공사의 경우 자본 잠식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최근과 같이 지속적인 적자로 인한 구조적 취약성이 심화되면 항공업계 전반에 위험 요소로 부각될 수 있다.
◆ 항공사별 부채 수준 제각각, 진에어 제외하면 '우려'
티웨이항공은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4353%에 달해 업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장거리 노선 확장을 위한 항공기 신규 도입으로 고정비 부담이 커졌고,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재무 불안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음수 수준의 이자보상배율을 나타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이자도 벌어서 갚기 어렵다는 의미인데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선 수치 자체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633%로 확인됐다. 무안공항 사고에 따른 손실 반영이 영향을 줬고, 2030년까지 신조 항공기 40대를 직접 구매하겠다는 계획도 재무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1분기는 티웨이항공과 마찬가지로 이자보상배율이 음수인 상태다. 수익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고금리 환경 속 이자부담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같은 기간 진에어는 부채비율 337%로 4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1분기 이자보상배율은 7.87배를 기록해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여유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매출원가율도 78.1%로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다만 향후 통합이 예정된 에어부산·에어서울의 재무 부담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에어부산은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707%로 집계됐다. 다만 이자보상배율은 2.8배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 다만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계열사 에어서울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1398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었다. 이에 따라 모회사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월 두 자회사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에어서울에는 1800억 원 유상증자와 감자 조치가 진행됐으며, 에어부산에는 1000억 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인수해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 산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지만, 진에어를 제외한 대부분 항공사의 부채비율이 과도한 수준"이라며 "영업손실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자비용조차 벌어서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자본 확충 없이는 구조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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