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4제곱미터'서 영혼까지 불태운 '영끌' 연기로 새로운 모습 보여줘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84제곱미터'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작품 중 가장 '극현실주의'적인 작품이 아닌가 생각해요. 현실에서 나올 수 있는 스릴러 장르를 보고 싶으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영화계나 방송가에서 배우 강하늘을 이야기할 때 "가장 현실감이 강한 배우", "어느 연기를 하든 그냥 우리 주변에 늘 있는 듯한 캐릭터" 등의 표현을 많이 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강하늘을 '일상 속의 톱스타'라고 부르기도 한다. 친숙함인지, 익숙함인지 모르겠지만, 그와 함께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를 그렇게 느낀다.

'일상 속의 톱스타'로 불리는 강하늘이 일상 속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을 가지고 영화 속 이야기를 한다. '영끌', '층간 소음' 등등 그가 이번에 들고 나온 것은 바로 우리 일상 속에서 흔하게 접한 단어이거나 현상들이다. 그게 강하늘의 '84제곱미터'다.

   
▲ 영화 '84제곱미터'의 강하늘. /사진=넷플릭스 제공


그런데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강하늘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는 자신이 맡았던 '우성'이라는 배역에 대해 "(처음에는)주인공 우성에게 공감은 못 했다. 나는 모든 걸 쏟아 넣고 '제발 잘 돼라'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떤 마음이었을지는 이해가 됐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날 영화 '84제곱미터'는 말 그대로 '영끌'과 '층간 소음' 이 두 단어로 시작해서 진행되는 스릴러다.

팍팍한 직장 생활 중에도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다 땡겨서 받고, 부모님의 시골 밭도 팔고,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장만한 국민 평형 32평의 아파트지만, 오히려 그 아파트는 꿈을 이룬 것이 아니라 꿈을 가로막는 장애가 된 것. 그 와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 소음으로 잠조차 제대로 잘 수 없는 고통을 겪는데, 아파트 다른 주민들은 그 층간 소음의 범인으로 자신을 지목한다.

모든 것을 아파트 구입에 올인한 영화 속 우성에 대해 강하늘은 "(집을 사기 위해) 모든 걸 다 거는 것도 결국 '승부사 기질'"이라며 "저였다면 비상구 하나 정도는, 이를테면 어머니 땅 정도는 남겨놓지 않았을까"라고 말하며 캐릭터에 수긍하지 못했던 것을 토로했다.

   
▲ '84제곱미터'에서 그는 일상 속의 소재로 일상적인 연기를 해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그러면서 강하늘은 "매매하기 전에 그런 것(층간소음)을 다 알아보고 샀어야 한다"며 "저는 문제가 생기면 이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월세를 산다"고도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연기를 하기에 어려웠냐면 그렇지는 않았던 듯하다. 평소 사행심리가 거의 없다는 강하늘은 영화 속 우성이 코인을 하는 장면에서는 "컷이 끝날 때마다 감독님과 회의하며 진짜 치열하게 찍었다"며 "낯설지만, 그게 너무 재미있었다"고도 말했다.

사실 강하늘은 코믹 연기에 능한 면을 보여준다. 출세작인 '미생' 때와는 달리 '동백꽃 필 무렵'이나 '당신의 맛', 또는 영화 '야당', '스트리밍' 등 최근 출연 작품들에서 강력한 코믹 연기를 보여줬다. 이번 '84제곱미터'에서도 특히 영화 초반 그의 코믹 연기는 빛을 발했다. 

그런데 그는 노골적인 코믹 연기보다는 블랙 코미디를 원했던 것 같다. 그는 "감독님과 저는 '웃픈' 그림을 제일 원했다. 블랙 코미디처럼 만들고 싶었는데, 원하는 분위기가 난 것 같다"며 이번에 보여준 코믹 연기가 단순히 웃기기만 한 그런 코믹 연기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 영화 '84제곱미터'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제


김태준 감독이나 함께 연기한 염혜란, 서현우 등은 강하늘이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라고 했다. 촬영 분량이 하도 많아서 서현우가 "아파트 벽지에 강하늘 귀신이 있는 것 같았다"고 할 정도로 영화 촬영 과정에서 늘 촬영장에 함께 했던 강하늘이기에 그의 유쾌하고, 싱싱한 기운은 촬영에 지칠 수도 있는 스태프나 동료 배우들에게 피로회복제 같은 역할을 했다는 증언이 이어진다.

흥행 성적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서 강하늘은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을 떠올리면 작품의 흥망이나 관객 수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촬영할 때 재미있었던 순간만 떠오른다"며 "작품의 흥망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현장을 얼마나 재미있게 즐기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가 잘 되고 못 되고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그날 하루 촬영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 뿐"이라고 말했는데, 김태준 감독은 그의 그런 말 속에 그가 촬영 현장에서 어떤 마음이었는지 충분히 짐작할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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