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당국의 금융권을 향한 내부통제 강화 압박에도 은행의 대규모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부당대출이 발생하거나, 직원의 비위 행위를 인지하고도 사건을 은폐·축소하는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은행 자체 내부시스템의 자정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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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의 금융권을 향한 내부통제 강화 압박에도 은행의 대규모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18일 부당대출(업무상 배임), 외부인 금융사기, 금품수수, 사적 금전 대차 등으로 약 48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하나은행의 금융사고는 올해에만 6번째다. 앞서 올해 4월에도 하나은행 직원이 거래처에서 금품을 받고 74억 원대 부당대출을 내준 사실이 공시된 바 있다. 외부인에 의한 사기도 4건 발생했다.
내부 조사에 따르면 직원 A씨는 2016년 6월 8일부터 2024년 9월 3일까지 약 8년간 금품이나 허위 서류 등을 받고 대출을 과도하게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부당대출 규모는 약 47억9089만원으로, A씨는 대출 관련인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사적으로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손실 예상금액은 아직 미정이다.
하나은행은 해당 직원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향후 형사 고소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여신 서류 점검 및 심사 취급 전반 시스템을 개선하고, 검사 강화를 통해 재발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기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난 8년간 부당대출이 발생했음에도, 최근에서야 해당 사고를 걸러내면서 자체 통제망에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는 비단 하나은행만이 아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1일 부동산 대출 관련 외부인에 의한 사기 등으로 약 26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23년 9월이지만, 사고가 발생한 지 약 2년이 지나서야 해당 사건을 인지했다. 지난해엔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친인척에게 350억원의 부당대출을 내준 것이 적발되면서 그룹 전체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약 3년 9개월간 손 전 회장의 처남 등 친인척을 대상으로 총 42건, 총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직원의 비위 행위를 인지했음에도, 사건을 은폐하거나 허위·축소하는 등의 내부통제 미작동 사례도 드러났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올해 초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에서 14년 근무한 후 퇴직한 직원인 A씨가 기업은행에 재직 중인 배우자(심사역) 및 입행동기(심사센터장, 지점장) 등과 공모해 2017년부터 작년까지 약 7년간 785억원의 부당대출을 받거나 알선한 혐의다.
금감원 검사기간 중에도 부서장 지시 등으로 해당 사건에 연루된 직원 6명이 271개 파일 및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는 조직적인 검사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은행은 지난 15일 발표한 'IBK 쇄신계획'에서 친인척 관계의 직원들이 부당대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업무를 각각 담당할 경우 같은 권역에서 근무할 수 없도록 하는 방침을 마련했다. 또 부당대출 발생 시스템을 차단하기 위한 친인척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이해상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로 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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