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지원금 15% 상한 폐지… '페이백'도 계약서 명시된 경우 허용
통신3사 본격 '눈치싸움'… 갤럭시 Z7 시리즈 판매서 승부수 띄울듯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전면 폐지되면서 통신시장이 11년 만에 제 2의 격변기를 맞았다. 보조금 지급이 자율화되면서 통신3사의 경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통신사들이 갤럭시 Z7 시리즈 판매에서 승부수를 띄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의 수익을 버리고 고객을 유치하는 '제로섬' 방식의 지원금 경쟁은 없을 것이란 시선도 제기된다.

   
▲ 22일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 시장을 규제해온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됐다.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가 사라지고 공시지원금의 15% 한도로 제한됐던 추가지원금 상한도 없어진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휴대전화 판매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22일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 간 보조금 차별을 막는다는 취지로 11년 간 이어져 온 단통법이 이날 전면 폐지됐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10월 '유통점 간 경쟁 과열과 불투명한 보조금 제도, 소비자 간 권익 불균형 등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이후 이동통신사 간의 경쟁이 제한되면서 오히려 소비자들만 휴대폰을 비싸게 사게 됐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단통법 폐지 법안은 2024년 12월 국회 문턱을 통과했다.

단통법 폐지에 따라 이날부터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가 사라지고 공시지원금의 15% 한도로 제한됐던 추가지원금 상한도 없어진다. 이동통신사는 공통지원금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유통점은 이와 무관하게 자율적으로 추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출고가가 100만 원인 휴대전화에 공시 지원금이 50만 원이었을 경우, 기존에는 최대 7만5000원까지만 추가지원금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유통점에 따라 보조금 규모가 천차만별일 수 있다.

'페이백'과 같은 지원금도 계약서에 명시된 경우 허용된다. 또 이동통신사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에 따라 공시의무는 없으나 자율적으로 홈페이지에 공통 지원금 정보를 일 단위로 게시하기로 했다.

월 통신요금을 최대 25% 할인받은 선택약정 할인 제도는 유지된다. 기존에는 선택약정의 경우 추가 보조금을 받을 수 없었지만 이제는 중복으로 수령할 수 있다.

◆ 보조금, 치킨경쟁 있을까?... 일각선 제로섬 경쟁에 부정적

   
▲ 이동통신 3사가 22일부터 최신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7·플립7' 사전 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개통을 시작했다. 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 가전매장에서 시민들이 최신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7·플립7'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단통법 폐지로 이동통신사간 '보조금 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특히 SK텔레콤(SKT)은 최근 유심 해킹 사태 여파로 시장 점유율이 10년 만에 40% 아래로 떨어지면서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T는 지난 4월 발생한 유심 해킹 사고 이후 위약금 면제 종료일이었던 지난 14일까지 83만5214명의 고객이 이탈했다. 이 가운데 순감 인원은 60만1376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5월 유·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SKT의 무선 가입자는 2249만9042명으로 전체 시장의 39.29%를 기록했다. 이는 4월(40.08%)에 비해 0.79%p 하락한 수치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도 점유율 확대에 더 힘쓸 것으로 보인다.  SKT 가입자 이탈을 계기로 KT는 시장 점유율 23.77%(1361만780명), LG유플러스는 19.45%(1113만1466명)를 기록해 지난 4월 대비 각각 0.32%p, 0.23%p 상승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업계의 이목은 삼성전자의 Z시리즈로 쏠린다.

Z시리즈는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 중 하나다. 갤럭시 S시리즈와 함께 MX(모바일경험)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신제품인 Z시리즈7은 얇은 두께와 새롭게 탑재된 AI 기능 등이 특징으로 사전판매부터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역대 최다치인 총 104만 대가 거래됐는데, 이는 이전 최대 판매 기록인 102만 대(Z시리즈5)를 넘어선 기록이다. 

오는 25일 정식 출시를 앞둔 Z시리즈7은 단통법 폐지와 맞물리면서 판매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상한선이 폐지되며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기기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3사 전략의 윤곽도 이번 Z시리즈7부터 본격적으로 잡힐 전망이다. 3분기에는 애플 아이폰17 시리즈 출시도 예고되면서 하반기 통신3사 간의 고객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통신3사 간 전략이 눈치싸움 형태로 흘러갈 것으로 내다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3사)가 현재는 서로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며 "한쪽에서 경쟁을 유도해서 보조금을 몇 백만 원 이렇게 내놓는다거나 한다면 어쩔 수 없이 대응 차원에서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단통법 폐지 초기인 만큼 뚜렷한 치킨경쟁식 출혈 경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이미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제로섬' 방식의 지원금 경쟁은 펼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기업 간 치킨경쟁이 이뤄지면 고객 유치를 위해 자사 영업이익을 깎아먹는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 다만 서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만큼, 기업 영업이익을 줄이는 제로섬 방식의 지원을 택할 명분이 많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에서는 SKT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SK가 최근 유심 해킹 사건으로 이탈자가 늘어난 만큼 고객 재유치를 위해 드라이브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로 간에 고객을 지키기 위한 마케팅 비용 지출은 고객 변동 없이 비용만 나갈 수 있는 만큼, 우려하는 지각 변동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T 사태로 타 경쟁사들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지출이 있었다"며 "통신사별 마케팅 재원이 한정돼 있는데 연초 사업계획과 달리 의도치 않은 출혈이 이미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통법이 폐지됐다고 해도 앞으로 이에 따른 큰 예산 집행을 따로 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또 이미 통신 시장이 포화된 상황이라 우려하는 치킨경쟁이 발생할 경우 비용만 지출하고 가입자는 그대로인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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