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시블 바디 시스템 적용 'PV5'…모듈식 바디 설계·전동화 기술 결합
교통약자·자영업자 등 고객 목소리 반영…현실적 제원·모듈 확장성 확보
개발·생산·컨버전까지 전 과정 아우르는 PBV 생태계 구현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기아가 차세대 바디 기술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을 적용한 중형 PBV '더 기아 PV5(이하 PV5)'를 공개하며 본격 PBV 시장 진출에 나섰다. 기아는 모듈식 바디 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고객 니즈에 대응하는 맞춤형 차량을 제공하면서 PBV 생태계 전반을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아는 지난 22일 경기도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더 기아 PV5 테크 데이'를 열고 PV5의 설계 구조, 핵심 기술, 생산 전략 등을 공개했다. 현장에는 바디·전동화·패키지 등 기술 분야 연구원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개발 철학과 구현 사례를 설명했다.

   
▲ PV5 카고 롱./사진=김연지 기자


◆ 모듈형 설계…목적 따라 바디 최대 16종까지 확장 

기아는 PV5에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을 최초 적용하며 차량 설계와 생산 방식의 유연성을 극대화했다. 레고 블록처럼 구성요소를 조립하듯, 차체를 비롯한 도어, 테일게이트, 내·외장 부품을 모듈화해 다양한 바디 타입을 손쉽게 조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구조적 안정성과 정비 편의성, 생산 효율성까지 모두 확보했다.

PV5는 전면부와 1열 구조를 공통 적용하고, 이후 구조를 모듈 단위로 구성해 최대 16종의 바디 조합이 가능하다. 우선 출시되는 모델은 패신저(롱)와 카고 롱·컴팩트·하이루프 등 총 7종이며, 카고 롱의 경우 모듈 조합만으로 전장을 늘리거나 패신저 사양으로 전환할 수 있는 호환성과 유연성을 갖췄다.

   
▲ PV5 패신저(2-3-0) 루프 절개 차량./사진=김연지 기자

정비 효율성과 디자인 다양성도 강화했다. 후측방에 적용된 조립형 어라운드 가니쉬는 차량 길이나 용도에 따라 크기와 형상이 달라지며, 충돌 시 손상 부위만 교체 가능한 구조로 유지비 절감에 기여한다. 또한 차체 외곽에 강성을 더한 '외골격 환형 구조'를 도입하고, 롱바디에는 이를 이중 적용해 차체 안정성과 NVH 성능을 끌어올렸다.

생산 측면에선 2열 슬라이딩 도어와 쿼터 글라스 유무에 따라 단 2종의 금형만으로 다양한 스틸 패널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해 생산 효율성도 높였다.

이해훈 MSV바디설계1팀 책임연구원은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은 운전석을 포함한 전면부는 공용 구조로 유지하고, 후면부는 다양한 모듈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고객 맞춤형 차체 구성이 가능하다"며 "슬라이딩 도어, 쿼터 글라스, 테일게이트 등 주요 부위가 블록처럼 조립돼 유지보수와 생산 효율 모두에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개발 초기부터 고객 참여…PBV 전용 프로세스 도입

PV5는 개발 초기부터 고객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모델이다. 기아는 PV5 개발에 ‘PBV 전용 신상품 개발 프로세스’를 처음으로 도입해 기획 단계부터 고객 의견을 체계적으로 반영했다.

기아는 교통약자, 자영업자, 특장차 수요자 등 다양한 고객군의 의견을 직접 반영해 차량 구조를 최적화했다. 특히 교통약자용 차량은 휠체어 이용자와 장애인 택시 관계자 등이 개발 중 차량을 직접 체험하고 개선점을 제안했다.

   
▲ PV5 교통약자 이동 차량./사진=김연지 기자


이를 바탕으로 기아는 △승하차가 쉬운 2열 스텝고(390mm) △카고룸 내 작업 편의를 높이는 실내고(최대 1417mm) △좁은 길도 무리 없는 회전반경(5.5m) △전장 4995mm 대비 여유로운 적재공간 등 현실적인 제원 설계를 완성했다.

류재천 MSP 프로젝트7팀 책임연구원은 "B2C부터 B2B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분석해 첫 번째 PBV 개발 전략을 수립했다"며 "이동 목적에 최적화된 패신저 5인승 모델은 물론,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교통약자용 모델, 운전석에서 하차 없이 화물칸으로 이동 가능한 워크스루 모델 등 특화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 E-GMP.S 적용…공간·안전성 모두 잡은 전용 플랫폼

기아 PV5에는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기반 전동화 플랫폼 'E-GMP.S'가 최초 적용됐다. 다양한 고객의 활용 환경을 반영해 설계된 이 플랫폼은 넓은 실내 공간과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표준화된 언더바디와 구동 모듈 위에 다양한 차체를 유연하게 결합할 수 있는 구조로, 기아는 이를 통해 개발 효율과 사용자 맞춤성을 극대화했다.

실내 공간 확보를 위해 차량 전면의 다중 골격 구조를 도입하고, 운전석을 기존 MPV보다 전방에 배치하는 등 패키징도 새롭게 구성했다. 배터리 보호에도 공을 들였다. 전륜 서브프레임 구조를 통해 물리적 충격을 흡수하고, 180mm의 높은 지상고 확보와 측면 여유 공간 설계로 충돌 시 안전성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주요 부위에 초고장력강을 확대 적용해 차체 강성도 끌어올렸다.

   
▲ 기아는 지난 22일 경기도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더 기아 PV5 테크 데이'를 열고 PV5의 설계 구조, 핵심 기술, 생산 전략 등을 공개했다./사진=김연지 기자


서스펜션 역시 공간성과 승차감을 고려해 구성됐다. 전륜엔 정비 편의성을 높인 더블위시본, 후륜엔 내구성과 주행 성능을 함께 잡은 CTBA가 적용됐다. 특히 CTBA에는 비선형 스프링과 듀얼 범프 스토퍼, 분리형 부싱 등 신규 설계를 반영해 중량 적재나 요철 주행 시에도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후석 승객을 고려한 승차감 향상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구동 시스템은 120kW급 모터와 인버터, 감속기를 통합한 표준 모듈을 적용했으며, 71.2kWh와 51.5kWh NCM 배터리 외에도 해외용으로 LFP 43.3kWh 배터리도 제공된다. 셀투팩(CTP) 기술을 활용해 배터리 효율과 적재 유연성을 확보했고, 다양한 사양을 갖춘 만큼 고객 니즈에 따라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다.

◆ 완전한 PBV 생태계 구축…2027년 대형 PV7 출시

기아는 PV5를 시작으로 소형부터 대형까지 PBV 전용 라인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달 중 PV5 패신저 5인승(2-3-0)과 카고 롱 모델의 양산을 시작으로 다양한 모델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2027년에는 대형급 PBV도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는 오픈베드, 캠퍼, 냉동탑차 등 후속 모델을 전용 컨버전 센터에서 직접 개발 중이며, 협력사와 기술을 공유하는 '컨버전 포털', 부품을 생략한 상태로 출고되는 '도너 모델' 운영 등을 통해 PBV 생태계를 함께 키워가고 있다.

   
▲ PV5 개발 연구원들이 지난 22일 경기도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더 기아 PV5 테크 데이'에서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이영호 MSV바디설계1실 상무는 "기존과 다른 레고 블록식 모듈 조립 개념은 초기에는 도전적인 과제였지만 결과적으로 PBV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차량 개발 방식의 전환점을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차량을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기술혁신을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PV5를 통해 단순한 차량 판매를 넘어 고객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PBV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한다는 전략이다. 다양한 컨버전 파트너와 협업을 확대하고, 생산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생애 주기를 포괄하는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실질적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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