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대한민국 경주시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지난 2005년 부산 이후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APEC은 21개의 회원국이 참가하는 정상회담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행사이자 국제회의다.

이번 APEC은 우리나라에 있어 큰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 임기 첫 글로벌 쇼케이스다. 의장국으로서 전 세계 주요 정상들을 초빙하고 경제계 CEO들을 불러 여러 협력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인만큼 성공적 개최가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특히 지난해 말 계엄 사태로 인해 대행 체제가 반년 가까이 이어지는 외교 공백이 생기면서, 새 정부의 외교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자리다. 게다가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과거 냉전에 비견될 수준의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고, 러‧우 전쟁의 당사자인 러시아 역시 회원국 자격으로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세계인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윤석열 탄핵 정국 등 그동안 혼란스러운 국내 정세로 인해 준비가 미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계엄 사태로 인해 정부의 모든 활동이 정지되고 대행 체제로 이행되면서 제2의 잼버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있다.

이번 APEC은 결국 새정부의 외교 행정력을 보일 첫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혼란스러운 국내 정국은 빠르게 정리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제 통상외교 등에 있어 관세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전 정부가 계엄 사태로 이른 퇴장을 하면서 APEC 책임이 현 정부로 넘어온 만큼, 이를 성공적으로 치러 국제 외교 무대로의 복귀와 함께 민주주의 회복을 알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방증하듯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최근 APEC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경주를 찾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방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경제인들의 노력이다. 정권이 갑작스럽게 바뀌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경제계는 APEC 준비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APEC은 정상회담과 함께 각국의 행정부서별 장관 회담과 산업계와 기업을 대표하는 CEO 회담도 열린다. 또 경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ABAC 회담 등 다양한 실무 회담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인 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참여하는데 이미 전 세계의 경제인에게 최태원 회장 명의로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태장 회장은 직접 경주를 방문해 행사장과 숙소 등을 둘러보는 등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고 한다. 

   
▲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15일 베트남 하이퐁에서 르엉 끄엉(Luong Cuong)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난 모습.

또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의장을 맡은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바쁜 와중에도 1~3차 ABAC 회의에 참석해 주요 회원국 정상을 만나 설득하는 등 APEC 선전에 나서고 있다. 조 회장은 실제 지난 15일 끄엉 베트남 주석을 만나 공식 초청장 전달과 함께 기조 연설자 요청을 전한 바 있다. 

APEC 회담을 100일 정도 남긴 시점에서 경제인들은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바뀐 시점에서도 변하지 않는 모습이다. 사실 경제인들에게 정치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가혹하면서도 괴로운 일이다. 어느 기업이나 오너라도 정치색을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지 어느 정권에서든 정부와 협력하며 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인들의 본분이자 본연의 모습이라고 봐야 한다. 

APEC 역시 마찬가지다. 정상회담의 중요성도 어느 때보다 높지만, 경제‧산업계에 있어서도 이번 회담은 중요 이벤트다.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또 조현상 부회장은 ABAC 의장으로서, 민간의 목소리를 각국 정부에 전달하며 글로벌 경제협력에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치하할 부분이다. 

정치권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더불어 통상외교 등 다양한 현안을 해결하고, 경제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쏠린 국내 수출 수요의 다변화와 함께 FTA 협상 확대, 디지털무역 협정 등 다양한 수출 전략을 꾀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현재 한류의 바람이 매섭다. K-POP이라든지 음식 등에 그쳤던 한류가 세계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전방위적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APEC 기간에 한국을 방문할 인원은 사절단만 2만 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다녀갈 곳은 한국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경주다. 

앞서 말했듯 경제인은 언제나 정부에 우호적이다. 정부가 바뀐다 한들 기업의 협력 기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친기업 기조를 천명한 만큼, 기업을 나무라거나 트집을 잡기보다 서로 간에 협력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길 바란다. 더불어 이번 APEC 역시 성공적으로 유치해 정치‧경제계 모두 득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미디어펜=문수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