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재송부 요청에 ‘낙마 불가’ 기류 강해
지도부 엄호에도 당내 “위계관계 본질 간과” 지적
강선우 방어에 당내 현역의원·보좌진 반발 확산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명 철회 요구를 거부하며 전방위 방어에 나서고 있다. 이미 대통령실이 강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시사한 만큼 낙마는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3일 오후 비공개 의원총회 이후 백브리핑에서 강 후보자에 대한 입장 변화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당 입장에 변화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관련해서는 추가 질문을 삼가 달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일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오는 24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하면서 갑질 논란으로 거세진 비판 여론 속에서도 강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가 오전 질의를 마치고 정회되자 청문회장을 나가고 있다. 2025.7.14./사진=연합뉴스

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대변인과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등을 맡으며 정책 역량을 인정받았지만, 최근 보좌진에게 폭언과 사적 심부름을 강요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 보좌진과 의원 관계 관계에 있어서 갑질은 약간 성격이 다르다”며 “직장이라는 개념도 있지만 보좌진과 의원은 동지적 관점, 식구 같은 개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장은 공사가 구분돼 있지만 의정 활동이라는 게 의원 개인과 공적인 일을 나누는 게 굉장히 애매하다”며 “너무 가까운 사이다 보니 국회의원들도 가끔 사적인 심부름은 거리낌 없이 시키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좌진 갑질’ 옹호 논란이 일자 문 원내수석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보좌진에 대한 갑질을 옹호한 적은 없다”며 “어제 라디오에서 한 발언의 전체 맥락을 보면 보좌진에 대한 직업 특성을 언급한 것이지, 갑질을 정당화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을 여당의 항의가 이어지자 떼어내고 있다. 2025.7.14./사진=연합뉴스

당 지도부는 이번 강 후보자 논란을 계기로 국회 내 보좌진-의원 간 관계 개선 매뉴얼까지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원내수석은 “보좌진도 일반 행정직처럼 근무 수당 등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고충이 많다”며 “기본적으로 서로 존중과 배려가 바탕이 되는 방향으로 매뉴얼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후보자를 엄호하는 당 지도부 기조가 이어지고 발언 수위도 높아지자 민주당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상욱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강 후보자 갑질 의혹에 대해 “저는 후보자 검증할 때 크게 도덕성·청렴도, 정책·능력, 국민 수용성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검증하고 있다”며 “강 후보자 문제로 우리 당이 좀 분열되고 고립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내 일부 강성 지지층은 강 후보자 옹호에 나서고 있고 당내 다른 합리적 지지층들, 시민단체, 중도 보수 세력, 일반 시민 다수 여론은 강 후보자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며 “우리 당이 포용성을 갖추고 또 열린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을 갖춰 나갈지 또는 강성 지지층 위주로 폐쇄적인 모습으로 나아갈지 기로에 놓여 있는 시험대 같다”고 밝혔다.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달장애 자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2025.7.14./사진=연합뉴스

이소영 의원은 전날 “오늘 한 분의 의원님께서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 의원-보좌진 관계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하셨으나, 그 말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직장 상사와 직원의 관계,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는 한쪽이 인사권을 갖고 서로 간 위계가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같다”고 지적했다.

김남희 의원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것이 우선”이라며 “문제의 핵심은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 모임인 민주당보좌진협의회 역대 회장단은 성명을 통해 “보좌진 인격을 무시한 강 후보자 갑질 행위는 여성가족부 장관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 기본적인 자세조차 결여된 것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며 “권한을 명분 삼아 권위를 휘두르고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 채 갑질을 반복한 자가 장관 공직을 맡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도,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다”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현역 의원 낙마는 당 기강과 전략 전체를 흔드는 일이라는 위기감에 인사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보인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