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2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하면서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수요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공급 과잉까지 겹치면서 구조적인 침체 국면에 들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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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국가산업단지./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분기에도 적자 지속…중국의 공급 과잉에 ‘직격탄’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157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 1112억 원보다 적자폭이 더 커졌으며, 2023년 4분기부터 7분기 연속 적자다.
LG화학과 한화솔루션은 다른 사업 부문에서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LG화학은 2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약 700억 원, 한화솔루션은 케미칼 부문에서 약 6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 빅4 중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올렸던 금호석유화학도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석유화학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79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7% 감소한 수치다. 관세로 인해 1분기에 선행 판매를 한 영향이 컸다. 본격적인 관세 영향은 3분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적자가 장기화되면서 사업 지속성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적자 장기화 원인은 글로벌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것도 있지만 중국의 공급 과잉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은 2억3000만 톤에 달하는데 수요는 1억8000만 톤에 불과한 실정이다. 게다가 중국은 에틸렌 등 기초 유분의 자급률을 사실상 100%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중국에서만 범용재인 폴리프로필렌(PP) 신규 설비 증설 생산능력은 약 587만 톤에 달한다.
한때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최대 수출시장이었던 중국으로의 판매가 줄어들면서 판매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자국 내 수요가 부진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수출 확대까지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과의 경쟁도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스페셜티 확보 노력에도 구조적 한계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적자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체질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차세대 폴리염화비닐(PVC), 고부가합성수지(ABS), 고흡수성 수지(SAP) 등 스페셜티 제품의 판매 비중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또 이차전지 소재에 들어가는 탄소나노튜브(CNT)의 생산능력도 확대하면서 수익 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초고압케이블 소재인 XLPE(가교 폴리에틸렌)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 중에서도 성능을 높인 SSBR(스티렌 부타디엔 고무)을 통해 석유화학업계의 부진 속에서도 수익성을 방어하며 프리미엄 타이어용 소재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범용재 비중이 높았던 롯데케미칼 역시 스페셜티 소재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화학업체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기화된 글로벌 수요 침체와 공급 과잉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스페셜티를 통해 수익성 확보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중국은 물론 중동에서도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어 마땅한 탈출구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나서야…“특별법에 속도 내야”
결국 업계 내에서는 정부의 세제·금융·R&D 지원 등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석유화학업계의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세제·금융 지원과 친환경·고부가제품 개발을 위한 R&D 확대 등이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기업들이 사업 재편을 위해 인수합병(M&A), 생산량 조절 등에 나서려면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과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유화학 특별법도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된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사업 재편을 위한 합병·분할·설비 축소, R&D에 대한 세제 지원, 전기요금 감면 등의 내용을 담은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차원에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엄찬왕 한국화학산업협회 부회장은 지난 2일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재편’을 주제로 열린 국회 포럼에서 “기업들이 설비를 통폐합하고 생산량을 감축하기 위해 가격과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이 공정거래법상 담합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며 “법과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생존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석유화학 특별법부터 빠르게 제정해 산업이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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