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현대차·기아가 글로벌 톱3의 완성차 메이커까지 이르기에 수 많은 혁신과 최첨단 모빌리티 기술을 세상에 내놓았다. 전기차로 새로운 격변을 맞고 있는 완성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는 남양연구소에서 내일에 가까워지는 기술을 연구하고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
 |
|
▲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환경시험동 고온챔버에서 서멀 마네킹을 이용해 열쾌적성을 평가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
23일 현대차·기아는 남양연구소에서 랩투어를 진행하고 지금까지의 기술이 탄생한 배경과 향후 우리 삶에 가까워질 날을 기다리고 있는 기술들을 대거 공개했다.
이날 랩투어에서는 글로벌 트렌드에 따른 기술 개발과 현대차만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과 R&D(연구개발)역량을 볼 수 있었다. 남양연구소에 위치한 △공력시험동 △환경시험동 △R&H 환경시험동 △NVH시험동 등 4개을 직접 찾아가 봤다.
◆지금까지 없던 가장 유려한 공기역학…공력시험동
|
 |
|
▲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에서 아이오닉 6 차량으로 유동 가시화 시험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
가장 먼저 찾아가본 시설은 남양연구소의 공력시험동이다. 공력은 공기역학의 줄임말로 차량의 디자인적인 요소외에도 연비와 주행거리 확보에 중요요소로 기능한다. 또한 최근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공기역학은 배터리의 추가 탑재 없이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포인트로 주목받고 있다.
각 제조사들은 자동차의 공기저항계수(CD)를 낮추기 위한 기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공기저항은 일반 고속도로외에도 도심 주행에서도 마찬가지로 차량 운행에 영향을 준다. 우리가 흔히 앞으로 전진하는 과정도 모두 공기에서 저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현대차 공기역학팀 팀장은 "공기저항이 전기차 에너지 소모 비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1%고 도심에서는 19%에 달한다"며 "도심의 경우 속도를 내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연료 소모 원인 2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기아는 극한까지 공기역학을 제어하기 위해 연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축구장 한개 크기의 사각형 모양의 공력시험동은 8.4m 직경의 팬을 작동해 차량의 공기역학을 실측한다. 아이오닉6 등 다수의 차량들이 공력시험동에서 공기역학을 체크했다.
|
 |
|
▲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의 메인 팬 모습./사진=현대자동차 |
8.4m의 팬은 자동차 힘으로 환산하면 3400마력의 출력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차량의 속도 200㎞/h까지 재현이 가능하다. 기자가 직접 체험해본 바람은 60㎞/h 정도였으나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수준이었다.
사각형 형태의 건물구조는 전력소비를 효율화하는 면모도 갖추고 있다. 공기가 돌면서 팬으로 되돌아오는 순환 구조는 팬이 발생시킨 바람이 다시 팬을 돌리게 하는 구조다. 팬은 8시간 작동시 4000만~5000만 원 수준의 전기료가 들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는 공력시험동의 기술을 통해 CD 0.144의 세계 최고 수준을 구현했다. 에어로 챌린지 카라고 불리는 해당 모델은 지금까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공기역학을 보여준다. 향후 현대차가 출시할 모델로 마주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극한의 더위와 추위 그리고 눈,비…환경시험동
|
 |
|
▲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환경시험동 고온챔버에서 아이오닉 6 N 차량의 열관리 성능을 평가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
아프리카에서 북유럽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전기차는 극한의 환경에서 달리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의 성능은 배터리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관련 기술 개발은 고도로 어려운 영역이다.
현대차·기아는 극한의 고온과 저온, 눈과 비 등 다양한 기후 환경을 조성해 차량의 성능을 극한까지 검증해 주행 성능을 구현하고 있다. 환경시험동은 5팀과 1개의 리서치랩으로 구성돼 각 환경에서 차량의 주행 성능, 쾌적한 실내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먼저 찾아가 본 곳은 고온 챔버였다. 이 곳은 50도에서 최대 60도까지 이르는 온도를 형성하고 있다. 차량에 직접 인공 태양열을 쬐는 방식이며 차량은 시속 50㎞로 설정된 속도에 따라 바퀴를 굴린다. 실제 지구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꼽히는 데스 밸리의 온도와 같다. 차속과 풍속은 최대 250㎞/h까지 구현할 수 있으며 차량 실내에는 인체 모형에 다수의 온도 센서를 부착한 서멀 마네킹이 타고 있다.
송대현 열에너지차량시험1팀 책임연구원은 “서멀 마네킹은 실제 사람을 대신해 차량 내부의 열적 쾌적성을 측정하는 장비로 에어컨 송풍구 위치나 공조 시스템의 작동 방식에 따라 체감 온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실내 쾌적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
 |
|
▲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환경시험동 저온챔버에서 PV5의 난방 성능을 평가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
뒤이어 방문한 저온 챔버는 영하 20도의 온도로 차량에 성에가 가득했다. 북유럽이나 추운 지방에서 차량을 운행해야하는 고객들을 위해 노출된 차량 상태를 자세히 살피면서 난방 성능과 저온 제어 시스템 관련 데이터를 실측한다. 이곳에서는 겨울철 전기차 배터리 효율의 검증도 이뤄진다. 저온 챔버의 경우 최대 영하 40도까지 구현가능하며 차속과 풍속은 최대 240㎞/h까지 구현할 수 있다.
|
 |
|
▲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환경시험동 강설챔버에서 아이오닉 9 차량에 강설 시험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눈과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는 강설 강우 챔버였다. 저온 챔버보다 쌀쌀한 느낌이 드는 해당 챔버는 아이오닉9이 눈을 맞고 있었다. 방한복을 입고 실내로 들어가보니 기침이 나올만큼 추운 온도에 겨울냄새까지 나는 듯 했다. 내부 온도는 영하 30도였다.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전기차는 프렁크와 충전구에도 눈이 유입되는 것이 중요한 요소기 때문에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이 쌓여 배터리나 전장 계통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파악하고 방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 차니까 우리가 가장 잘 알아야지"…R&H 환경시험동
|
 |
|
▲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R&H성능개발동,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 시험기 모습./사진=현대자동차 |
세 번째로 찾아간 R&H성능개발동 내부에서 엔지니어들은 타이어부터 서스펜션, 실차 주행까지 자동차 성능의 근간을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었다. 전 동력방식 차량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R&H(라이드&핸들링)’ 역량에서 현대차는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실차 주행 평가 위주인 전통적인 방식에서 한계를 극복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주행성능과 승차감을 향상시키는 곳이었다. 차량의 시스템 부분을 전체로 모아 평가하고 실측하는 곳은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중에서도 현대차·기아가 유일하다. 차량-시스템-부품 사이의 매커니즘에서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최적의 레시피를 가이드화하는 방식이다.
먼저 마주친 것은 거대한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 시험기였다. 해당 시험기는 최대 320㎞/h까지 회전하는 드럼 위에서 타이어 진동 발생 여부를 계측한다. 드럼에 달린 작은 클릿은 1~2㎝ 수준의 요철과 같은 역할을 한다. 클릿을 통과 시 타이어·차체의 미세한 움직임과 승차감까지 시험기가 정밀하게 분석한다. 타이어가 초고속에서 낳는 미세 진동마저 수치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옆으로 이동해 마주한 타이어 특성 시험기는 실제 도로와 유사한 평평한 벨트 위에서 타이어를 굴리며 조향각·캠버각 변화를 실시간 조정한다. 여기에서 얻은 데이터는 자동차별 맞춤형 타이어 선정을 위한 핵심 자료이면서도 다른 테스트에서 주행성능 시뮬레이션을 위한 가상모델 구축에 직접 활용된다. 주행 기술팀은 “자동차 주행 성능의 근본은 타이어에 있다”며 R&H 완성을 위한 첫 단추임을 강조했다.
|
 |
|
▲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R&H성능개발동 핸들링주행시험기에서 코나 일렉트릭의 핸들링 특성을 시험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
핸들링 시험은 현장감을 높였다. 시험대 위에 고정된 코나 일렉트릭과 120인치 디스플레이에 펼쳐지는 가상의 도로 환경을 통해 가상으로 주행성능을 실측하는 방식이다. 해당 시험기는 운전자 대신 주행 로봇이 탑승해 스티어링·페달·변속기까지 정밀 제어한다. 핸들링 주행 실험기의 경우 전세계에서 단 두대만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현대차·기아가 R&D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나머지 하나는 독일의 자동차연구원에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정숙함도 이런 노력이 뒤에 있었네…NVH시험동
|
 |
|
▲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NVH동 로드노이즈시험실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의 실내 유입 노면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탑승자가 차량에서 경험하는 정숙성과 편안함인 NVH 성능은 자동차 선택의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엔진 소음이 사라진 전기차에서는 작은 풍절음, 노면 소음, 미세한 진동조차 민감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NVH 성능도 차량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연구소의 로드노이즈 시험실은 전기차 주행 중 발생하는 노면 소음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핵심 공간이다. 이곳은 두꺼운 흡음재로 둘러싸인 10×14m 규모의 무향실이다. 실제 도로 환경을 정교하게 재현할 수 있는 샤시 다이나모와 3D 스캔 기반 노면 패치를 갖추고 있다. 노면 패치는 실제로 국가별 도로를 탁본해 구현한 것이다.
연구진은 다양한 노면 질감을 구현하며 운전석과 뒷좌석에 마이크를 설치해 주파수별 소음 변화를 실시간 계측한다. 특히 전기차는 엔진음이 없는 탓에 노면 소음이 더 두드러진다. 시험의 목적은 단순 측정이 아니라, 원인을 규명하고 소재 및 설계를 개선해 근본적인 소음 저감에 있다. 타이어와 차체, 현가장치 구조 등 NVH를 일으키는 세부 요소들을 동시에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어 찾은 몰입음향 VR 스튜디오는 현실감 넘치는 주행 환경을 가상으로 구현해 음향 성능을 종합 검증하는 공간이다. 대형 디스플레이와 VR 장비를 통해 교차로, 터널, 주차장 등 다양한 실제 도로 상황을 시각·청각적으로 체험하며 테스트할 수 있다.
연구원들은 "전기차 보행자 보호음(AVAS) 등 각종 차량 기능별 ‘버추얼 사운드’를 현실처럼 재생해 국가별 기준에 맞는 음향 특성까지 치밀하게 검증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풍절음이 발생하는 구간을 음향을 시각화하면서 어디에서 소리가 발생하는지도 확인한다. 제네시스와 같은 프리미엄 라인업에 경쟁력인 정숙성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
 |
|
▲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NVH동 몰입음향스튜디오 모습./사진=현대자동차 |
마지막으로 몰입음향 청취실에서는 차량에 탄 듯한 청각 체험이 이뤄진다. 공간 곳곳에 배치된 20여 개 스피커와 VR 시스템, 그리고 돌비 애트모스(7.1.4 채널)·앰비소닉(25 채널)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주행 소음부터 엔터테인먼트 음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특수 마이크 어레이 장비로 직접 측정한 소리를 바탕으로 가상사운드가 구현돼 고객이 실제로 경험하는 소리 수준과 거의 동일한 평가가 가능하다. 연구진은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은 조건으로 사운드 품질을 검증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탑승자의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