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넥슨 자회사 네오플의 노동조합이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전면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갈등이 유저에게로 불똥이 튀는 모습이다. 넥슨의 대표 IP(지식재산권)인 '던전앤파이터(DNF)' 20주년을 기념해 준비된 'DNF 유니버스 2025' 행사가 무산되면서다. 이에 업계에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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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오플분회가 11일 경기 성남시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24일 업계에 따르면 네오플은 오는 8월 9~10일로 계획했던 'DNF 유니버스 2025'를 돌연 취소했다.
당초 해당 행사는 DNF 시리즈를 포함한 네오플의 대표 IP를 총망라한 대규모 오프라인 이벤트로 기획됐다. 그러나 네오플은 "내부 여건상 당초 보여드리려던 모든 콘텐츠를 충분한 완성도로 선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행사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DNF 유저들을 중심으로 네오플 노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네오플 노조의 전면 파업 기간이 8월 8일까지였다는 점을 꼬집어, 노조가 유저들을 위한 역대급 행사를 인질 삼아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했다는 주장이다.
한 유저는 "2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이정표를 기념할 수 있는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다"며 "이런 역사적인 순간을 인질 삼아 파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게임을 아끼는 수많은 유저들의 기대와 감정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비판했다.
또 다른 유저는 "진짜 던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20주년을 기대하는 던파 유저의 마음을 뒤로한 채 이런 극단적인 시기에 파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또 행사가 돌연 취소된 만큼 이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도 속출했다. 행사 참석을 위해 끊어둔 숙박비와 항공권을 환불처리 해야하는 것은 물론, 수개월간 현장 참여 부스, 굿즈 등을 준비해오던 것도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는 주장이다.
'DNF 유니버스 2025' 행사 돌연 취소와 더불어 네오플 직원들의 연봉과 퇴사율도 여론 악화에 불을 지폈다. 유저들은 지난해 네오플의 평균 연봉이 2억2000만 원으로 게임업계 1위였다는 보도를 꼬집어 "그 돈을 벌고 생존권 운운이라니 공감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선 네오플 노조는 "평균 계약 연봉은 6000만 원대로 대형 IT 기업이나 게임업계 타사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2024년 평균 보수가 상승했으나 수년간의 누적된 보상이 한 번에 터져 나온 일시적 현상"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네오플 사측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규직 자발적 퇴사자 기준으로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6월 30일까지 퇴직률은 0.97%로 1%가 채 되지 않았다. 이는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서도 유저들은 "퇴사율 1%면 신의 직장이란 것 아니냐" "퇴사율 1%로 말은 다 한 것 같은데" "불만이었으면 퇴사율이 높았겠지"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 불황 터널 지나는 게임업계… 글로벌 시장서 경쟁력 우려
학계를 중심으로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 게임사가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 같은 파업이 장기화되거나 확산될 시 국내 게임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뒤쳐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내 게임 산업은 개발비 증가와 흥행작 부재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긴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증권사 실적 전망 등에 따르면 게임업계 2분기 실적도 다소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넷마블,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게임사 3N2K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도 2분기 다소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2분기 예상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최대 19%가량 줄어든 9942억~1조1300억 원으로 자체 분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2246억~3099억 원으로 예측했다.
최근 공포된 상법개정안이 중국 텐센트의 국내 게임업계 장악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이번 네오플 노조의 파업은 민주적인 소통 과정에서 오는 게임업계의 성장통 같은 것"이라며 "노사간의 갈등은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만 이것(파업)을 (DNF 유니버스 2025 행사처럼)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급급해서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이러한 갈등이 있을 때) 수시로 여유를 갖고 소통할 수 있도록 '열린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국내 게임 업계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네오플 노조는 지난달 25일부터 제주 본사와 서울지사에서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갈등의 핵심 요인은 성과급 제도에 대한 양측의 근본적 시각차다.
노조는 사측에 인센티브제인 'GI(신규 개발 성과급)' 개선과 PS(초과이익분배금) 4% 지급을 요구한다. 노조가 요구한 PS 규모는 2024년 영업이익 9842억 원의 4%로, 약 393억 원에 달한다.
사측은 PS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네오플 측은 "넥슨컴퍼니는 이미 GI 등 다양한 성과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PS 제도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어떤 안건도 합의할 수 없다는 조합의 입장 앞에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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