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1위 완성차업체 현대자동차가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고도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여파로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등 고부가차 판매 호조와 환율 효과로 외형은 성장했지만 관세와 인센티브 확대가 수익성을 잠식했다.
현대차는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는 하반기에도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현지 생산 확대, 부품 소싱 다변화, 원가 절감 및 가격 전략 고도화 등 전방위적인 대응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24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열고 올해 2분기(4~6월) 매출 48조2867억 원, 영업이익 3조6016억 원, 당기순이익 3조250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7.5%로, 2020년 2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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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기아 양재사옥./사진=현대차그룹 제 |
◆ HEV·환율 효과로 외형 성장…관세·인센티브 증가에 수익성 하락
현대차는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한 106만5836대를 도매 판매했다. 소매 판매는 0.9% 늘어난 104만2905대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와 아이오닉9 등 신차 효과로 SUV 중심 수요가 확대되며 8만8540대가 팔려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해외 시장은 미국 판매가 3.3% 증가한 26만2305대를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으나, 일부 신흥국 수요 둔화로 전체 해외 판매는 0.7% 증가에 그쳤다.
친환경차 판매는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장과 유럽 중심 전기차 판매 확대에 힘입어 26만2126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4% 증가했다. 이 중 하이브리드는 16만8703대, 전기차(EV)는 7만8802대가 판매됐다.
자동차 부문 매출은 환율 효과와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증가로 5.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미국 관세 부과와 인센티브 확대 영향으로 39.5% 급감했다. 금융 부문은 자산 증가와 인수율 상승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4% 늘었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2분기 실적은 미국 관세로 인한 8282억 원의 영업이익 감소, 주요 권역의 평균 인센티브 증가로 인한 5356억 원의 비용 증가가 발생했다"면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은 글로벌 판매 비중 15.8%의 역대 최고 판매 비중을 달성했고, 제네시스 브랜드는 5.5%의 판매 비중을 기록하며 펀더멘털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브리드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합계 판매 비중은 21.3%로 사상 최초 20%를 돌파했다"며 "1404원 수준의 분기 평균 환율 효과(6321억 원)와 1분기부터 추진해 온 선제적 컨틴전시 플랜 효과로 관세 부담을 일부 만회해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3조6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 관세 대응 총력…패스트 팔로우 전략 지속
현대차는 연초에 발표한 2025년 가이던스를 잠정 유지하고, 내달 1일에 발표될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방향성을 기반으로 전략 고도화를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책을 적극 실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이번 2분기 관세 부담(8282억 원)이 전 기간에 반영된 것이 아니라며, 3분기부터는 분기 전체에 걸쳐 적용돼 손익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 항목 중 부품 관세는 전체 영향의 약 20% 내외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현재 시점에서 미국 관세 정책 방향성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시장점유율(M/S)을 방어하면서 손익도 최대한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단기 대응 방안으로는 경쟁사 인센티브 동향을 반영한 탄력적 가격 전략, 재료비·가공비 절감, 생산성 제고, 부품 소싱 다변화, 마케팅 조정 등 전사적 컨틴전시 플랜을 시행 중이다. 다만 부품 소싱 변경은 품질 검증 절차로 인해 단기간 효과가 제한적이다. 현재 200여 개 부품을 대상으로 현지 수급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가격 전략에 대해 이 본부장은 "관세율 변화에 따라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고객 가치와 경쟁사 움직임을 반영해 '패스트 팔로우' 전략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보통주 기준 주당 2500원의 분기 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전년 동기(2000원) 대비 25% 인상된 것으로, 8월 31일 기준 주주를 대상으로 9월 30일 지급된다. 2024년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연간 1만 원 이상 배당을 약속한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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