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중동 수주액 55.7억 달러…전년 대비 44.4% 급감
건설업계 추가 권역 확보 '박차'…북미∙중앙아시아∙유럽 등 공략
[미디어펜=박소윤 기자]건설업계가 전통적인 수주 거점이었던 중동을 벗어나 북미, 유럽, 중앙아시아 등 신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가 하락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중동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안정적인 수익성과 장기 성장성이 기대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모습이다.

   
▲ 체코 신규 원전 예정 부지인 두코바니 전경./사진=대우건설

2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기업들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310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 수주액인 155억8000만 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구체적으로 274개사가 88개국에서 총 258건의 프로젝트를 따냈다. 

그러나 이는 단일 원전 사업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체코 원전 수주(187억 달러)가 반영된 결과다. 해당 프로젝트를 제외한 수주액은 123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적 감소의 배경으로는 핵심 텃밭이던 중동 지역에서의 수주 부진이 꼽힌다. 올해 상반기 중동 지역 수주액은 55억7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44.4% 급감했다. 전체 수주액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지난해 64.4%에서 올해 18%로 크게 줄었다. 

중동 지역은 유가하락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주 거점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생산량을 줄이고, 보수적 재정기조를 유지하는 등 신규 발주 물량을 축소시켰다. 상반기 사우디아라비아 시장 수주액은 26억8000만 달러로, 8.6% 비중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81억5300만 달러를 수주하며 52% 몫을 견인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 국내 건설사, '영토 확장' 속도…북미∙유럽∙중앙아시아 등 텃밭 다진다

건설업계는 이같은 흐름에 따라 '탈중동'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북미, 유럽, 중앙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텃밭'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먼저 현대건설은 최근 미국 시카고와 워싱턴D.C.에서 현지 대형 건설사들과 릴레이 협약을 맺었다. 와이팅-터너(Whiting-Turner), DPR 컨스트럭션, 자크리(Zachry) 등과 함께 현지 원자력 프로젝트 수행 전반을 아우르는 협업을 추진한다. 

유럽 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핀란드 현지 기업들과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사전업무착수계약(EWA)을 체결했고,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7·8호기 프로젝트의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 체결도 연내 목표로 추진 중이다. 해당 사업 규모는 최대 70억 달러(약 9조5000억 원)로 추산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에너지 부문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호주 에너지 대기업 우드사이드 에너지 및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사업 개발을 위한 3자 간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협약을 기반으로 글로벌 LNG 액화플랜트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관련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중앙아시아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5월 투르크메니스탄 국영화학공사와 총 7억8400만 달러 규모의 미네랄 비료 플랜트 본계약을 단독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발판으로 신도시 개발과 인프라 사업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도 직접 투르크메니스탄 등 주요 국가를 방문하며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 현지 정부 고위 인사들과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회사 차원의 해외영토 확장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추가 권역에서의 시장 다각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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