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지방·인터넷은행 연체율 악화 불가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또다시 상승하면서, 건전성 위기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은행과 중·저신용자 포용금융에 집중해야 하는 인터넷은행들을 중심으로 연체율 악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기반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지적해 은행들의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오후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금융권의 이자장사를 질타하며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 이자 수익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을 써달라"며 "그래야 국민 경제의 파이가 커지고 금융기관도 건전하게 성장 발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 은행권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또다시 상승하면서, 건전성 위기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은행과 중·저신용자 포용금융에 집중해야 하는 인터넷은행들을 중심으로 연체율 악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기반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지적해 은행들의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 대통령은 이달 초에도 "금융기관이 10명 중 1명은 빚을 못 갚을 것으로 보고 9명한테 이자를 다 받고 있는데, 못 갚은 한 명을 끝까지 쫓아가서 받으면 부당이득"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거듭된 금융권 때리기는 주담대·신용대출 등으로 손 쉽게 얻은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이자수익)을 국내 기업들에게 고루 지원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더욱이 주요 산업군이 경기악화로 실적 부진을 겪을 때 은행권이 매분기 거듭 사상 최대 순이익을 경신한 점도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대표적으로 전날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은 올 상반기 3조 43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2조 7744억원 대비 약 23.8% 폭풍 성장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2조 187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1조 5059억원 대비 약 45.3% 폭증했다. IBK기업은행도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8.2% 증가한 1조 5086억원을 기록했다. JB금융지주도 올 상반기 지배지분 기준 3704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문제는 그동안 성장가도를 달린 금융권이 앞으로 금리인하기 속 당국의 대출규제 강화까지 더해져 이자이익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KB금융의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비이자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뒀고, 홍콩ELS 배상비용도 전년도에 마무리하면서 실적이 유독 두드러졌다. 실제 2분기 그룹 순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 줄어든 3조 1065억원에 그쳤고, 이자수익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2.08%에서 1.96%로 떨어졌다. 

   
▲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제공


은행들의 연체율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64%로 전월 말 0.57% 대비 약 0.07%포인트(p) 악화됐다. 1년 전 같은 기간 0.51%에 견주면 약 0.13%p 상승한 수치다. 5월 중 신규 연체율(5월 중 신규연체 발생액/4월 말 대출잔액)도 0.14%로 전월 0.12% 대비 약 0.02%p 상승해 올들어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대출 연체율은 기업·가계 모두 악화됐다. 부문별로 기업대출 연체율은 0.77%를 기록해 전달 말 0.68% 대비 약 0.09%p 상승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0.15%를 기록해 전달 0.13% 대비 약 0.02%p 상승에 그친 반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약 0.12%p 급등한 0.95%까지 치솟았다. 구체적으로 중소법인 연체율이 0.14%p 상승한 1.03%를 기록했고,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0.74%에서 약 0.08%p 상승한 0.82%에 달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약 0.04%p 상승한 0.47%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약 0.02%p 상승한 0.32%, 주담대를 제외한 신용대출 등의 가게대출 연체율은 약 0.08%p 상승한 0.94%까지 악화됐다.

더욱이 시중은행과 달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은행과 중·저신용자 포용금융에 집중해야 하는 인터넷은행의 연체율 악화가 두드러진다는 점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방은행지주의 경우 고정이하여신(NPL)비율 및 연체율 확대가 매분기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BNK금융의 NPL은 1.69%로 전년 동기 대비 0.84%p 급등했고, JB금융은 0.91%에서 1.19%로 상승했다. iM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0.33%p 급등한 1.63%를 마크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BNK금융 1.12%, JB금융 1.52%, iM금융 1.71%를 각각 기록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JB금융지주의 경우 은행합산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 전분기 대비 0.10%p 개선된 0.77%, 연체율이 0.13%p 개선된 1.11%를 각각 기록했지만 여전히 시중은행지주 평균치 대비 매우 높았다. 특히 2분기 실질연체율의 경우 광주은행이 0.97%, JB전북은행은 1.96%에 육박했다.  

인터넷은행의 연체율 악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별 연체율을 살펴보면 카카오뱅크 0.52%, 케이뱅크 0.90%, 토스뱅크 1.19%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최근 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1분기 기준)의 경우 카뱅이 1.32%에 육박해 1년 전 0.64% 대비 약 2배 이상 급등했다. 케뱅도 1.15%에서 1.38%로 상승했으며, 토뱅은 3.07%에서 3.33%까지 치솟았다. 

더욱이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중·저신용자(신용평점 하위 50% 이하) 대출과 관련해 전체 신규 대출 취급액 중 포용금융 비율을 30% 이상 채우라고 지침을 내린 만큼, 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당국의 대출규제에 따른 이자이익 부진 우려, 연체율 확대에 따른 충당금 적립 부담 확대와 더불어 이 대통령의 비판까지 더해진 만큼, 은행권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순이익 확대가 두드러지지만, 금리인하기에 접어든 데다 대출규제도 더해져 앞으로 이자이익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자산건전성이 거듭 악화되고 있는데, 충당금 적립을 확대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힘써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선제적인 채무조정을 유도하는 등 자산건전성 관리를 주문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연체·부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모니터링 강화 및 선제적인 채무조정을 유도하는 한편, 연체·부실채권 상매각 및 손실흡수능력 확충 등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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