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의 8월 강행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재계 내에서는 과속 입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상법 개정안에 이어 노란봉투법까지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업들의 경영활동은 더욱 위축될 수 있어 신중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재계는 기업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며 경영권 방어 등도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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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이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서 '공공연대노동조합 총파업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노란봉투법에 기업 경영 부담 커진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8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 계획은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었으나 법안심사소위 등을 거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일정이 다소 밀린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으로, 근로자와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도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24일 열린 취임식에서 노란봉투법 시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노란봉투법은 대화 자체가 불법이 되고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과 극한 투쟁의 악순환을 끊는 대화 촉진법이고 격차 해소법”이라며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빈틈없이 시행을 준비해 현장의 긍정적 변화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와 민주당을 중심으로 노란봉투법 입법에 속도를 내자 재계는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통과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노란봉투법마저 예상보다 빠르게 처리될 경우 기업 경영 전반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파업이 무분별하게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생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걱고 있다. 또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거나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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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오른쪽)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시장 현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대한상의 제공 |
◆재계 “보다 신중해야…노사 간 대화 필요해”
재계는 노란봉투법 빠른 입법에 속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입법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만큼 재계는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득에 들어가고, 국민을 대상으로도 노란봉투법의 부당함에 대해 알릴 것으로 보인다.
재계를 대표하는 핵심 인물들까지 나서 노란봉투법 신중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 겸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같은 날 김 장관에게 “노조법 제2・3조 개정은 우리 노사관계와 경제 전반에 심각한 혼란과 부작용을 줄 수 있어 법 개정을 서두르기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장관께서 노조법 개정 논의를 위한 노사 간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4일 김영훈 장관을 만나 “많은 분들이 최근에 고용 변화에 대해서 상당히 촉각을 세우고 있고 약간의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통상임금이나 중대재해처벌법 이런 것들이 계속 그동안의 이슈였는데 최근에는 노조법 2조·3조 바꾼다고 하는 이야기가 계속 들리고, 정년 연장 문제도 새롭게 나와 어떻게 되느냐가 저희 현안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재계는 노란봉투법에 기업들의 방어권 조항 삽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이 있는데, 이는 파업이 장기화되더라도 최소한의 경영 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또 유예기간을 1년으로 연장해 법이 만들어지더라도 시행령과 규칙 등을 통해 세부 기준과 적용 범위를 충분히 검토하고 정비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를 통해 기업이 제도 변화에 대비하고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동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이 기존안에 비해 완화됐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경영상 부담이 크다”며 “기업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룬 뒤 추진한다고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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