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판매·환율 호조에도 영업익 하락
하반기 관세 영향 본격화…전방위 대응 전략 가동
[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2분기 나란히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지난 4월부터 미국이 부과한 25% 고율 관세 여파로 수익성은 동반 하락했다.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와 우호적인 환율 흐름에 힘입어 외형은 성장했으나 관세와 인센티브 확대가 손익을 압박했다. 하반기에는 관세 영향이 분기 전체로 확대되며 실적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48조2867억 원, 영업이익 3조6016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는 매출 29조3496억 원, 영업이익 2조76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현대차는 매출이 7.3%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15.8% 감소했으며, 기아는 매출이 6.5% 늘고 영업이익은 24.1% 줄었다.

   
▲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현대차, 관세 영향에 영업익 8282억 원 감소

현대차의 2분기 글로벌 도매 판매는 전년 대비 0.8% 증가한 106만5836대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는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아이오닉9 등의 신차 효과에 힘입어 1.5% 증가한 8만8540대를 기록했으며, 미국 시장에선 3.3% 증가한 26만2305대를 팔았다. 다만 일부 신흥국의 수요 둔화로 전체 해외 판매는 0.7% 증가에 그쳤다.

친환경차 판매는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와 유럽 중심의 전기차 판매 증가에 힘입어 26만2126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4% 늘었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는 16만8703대, 전기차는 7만8802대가 판매되며 친환경차 비중은 20%를 돌파했다. 글로벌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만 보면 15.8%로 역대 최고치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8282억 원의 영업이익 감소 효과가 발생했고, 주요 시장에서의 인센티브 확대는 5356억 원에 달했다. 이로 인해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9.5% 감소했으며, 전체 영업이익률도 7.5%로 하락했다. 다만 고부가 차량 판매 확대, 환율 효과, 금융 부문 성장 등이 수익성 하락을 일부 방어했다.

◆ 기아, 영업익 24.1% 감소…미국 관세·인센티브 확대 영향

기아는 2분기 글로벌 도매 판매가 전년 대비 2.5% 증가한 81만4888대를 기록했다. 국내 판매는 3.2% 늘어난 14만2535대, 해외는 북미와 인도 시장 호조에 힘입어 2.3% 증가한 67만2353대를 달성했다.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신차 출시 효과가 일부 반영되며 안정적인 판매 흐름을 이어갔다.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보다 14.0% 증가한 18만5000대로 집계됐다. 이 중 하이브리드차는 11만1000대(23.9%↑), 전기차는 5만9000대(8.3%↑)를 기록했다. 친환경차 비중은 국내 46.5%, 유럽 42.9%에 이르렀으며, 전체 판매 중 23.4%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2조764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4.1%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9.4%로 떨어졌다. 평균판매단가(ASP)는 5% 이상 상승했지만, 미국 관세와 인센티브 확대가 수익성에 부담을 줬다. 특히 전기차 판매 둔화와 고수익 차종의 옵션 비중 축소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 3분기부터 관세 전면 반영…현지 전략·생산재편 본격화

현대차와 기아는 관세 등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와 지정학적 리스크,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하반기 경영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전방위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3분기부터는 관세 충격이 분기 전체 실적에 반영되는 만큼 수익성 방어 전략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경쟁사 인센티브 동향을 반영한 탄력적 가격 전략, 재료비·가공비 절감, 생산성 제고, 부품 소싱 다변화, 마케팅 조정 등 전사적 컨틴전시 플랜을 시행 중이다. 현재 약 200개 부품의 현지 수급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며, 품질 검증 절차를 병행하고 있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현재 시점에서 미국 관세 정책 방향성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시장점유율(M/S)을 방어하면서 손익도 최대한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가격 전략에 대해서는 “관세율 변화에 따라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기보다 고객 가치와 경쟁사 움직임을 반영한 ‘패스트 팔로우’ 전략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기아 역시 미국 현지 생산 차량의 공급 우선 배정, 캐나다·중동 등으로의 수출 물량 전환 등 생산·물류 전략을 조정 중이다. 한국에서 생산된 차량은 북미 외 지역으로 돌려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부품 관세 환급, 인센티브 축소 등 비가격적 대응을 통해 전체 관세 부담의 약 30%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상반기 5~6월에는 회사가 적극 대응하지 않았지만 하반기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며 “인센티브 축소 운영을 할 계획이고,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종의 부품에 대한 관세 환급도 있다. 이를 통해 25~30% 가까운 관세를 만회하는 방안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