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이후 서울 아파트 경매 위축 분위기
낙찰가율 하락하고 응찰자 수 줄어들어
강남3구 등은 여전히 고가 낙찰 이어져
[미디어펜=서동영 기자]6.27 대책으로 인한 대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아파트 경매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강남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높은 금액으로 낙찰이 이뤄지고 있다. 대출 규제로 아파트 경매에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과 응찰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7월 낙찰가율은  96.7%로 1.8%포인트 하락했다. 평균 응찰자수는 7.73명으로 지난달 8.94명보다 감소했다. 6월만 하더라도 낙찰가율은 2022년 6월(110.0%) 이후 3년 만에 최고 수준인 98.5%에 달했다.

활발했던 아파트 경매가 주춤거리는 배경에는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6.27 가계대출 관리 대책 영향이라는 게 중론이다. 6.27 대책이 시행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최대 6억 원 이하로 제한됐다. 또한 주담대를 받으면 6개월 이내에 해당 주택으로 전입해야 한다. 2주택자는 주담대를 받을 수도 없다. 

대출 억제는 경매 후 낙찰 주택을 담보로 빚을 내 낙찰대금을 지불하는 경락자금대출에도 적용된다. 6.27 대책 발표 이후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경락자금대출이 얼마나 나올지 문의하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 6.27 대출 규제로 인해 서울 아파트 경매가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강남3구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은 여전히 높은 낙찰가율을 보여주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렇다 보니 이전 같으면 권리분석 시 별다른 문제가 없어 쉽게 낙찰됐을 아파트가 유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태영아파트 전용 84㎡가 감정가 12억2000만 원으로 입찰을 진행했으나 유찰됐다. 지난달 같은 면적 실거래가가 12억9000만 원으로 거래된 아파트다. 

낙찰이 되더라도 감정가보다 크게 하락하기도 한다. 중랑구 태영아파트상봉동데시앙 84㎡는 지난 15일 7억2996만 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9억4800만 원 대비 23% 가량 떨어진 낙찰가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경매 시장이 대출 규제로 인해 실거주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응찰자 수는 앞으로 더 줄어들고 낙찰가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같은 서울이라도 강남3구 용산구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은 여전히 경매가 활발하다. 지난 14일 송파구 잠실 우성4차 95㎡에는 15명이 달려들어 감정가 16억8400만 원의 126.48%인 21억3000만 원에 낙찰됐다. 같은 날 서초구 우성아파트 84㎡는 감정가 16억2000만 원보다 30%가량 높은 20억9999만 원에 낙찰됐다. 

20억 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 현금 여력이 충분한 사람들이 경매에 참여하는 만큼 대출 규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현금이 풍부한 이들은 향후 집값이 오를 수 있는 소위 '똘똘한 한 채'를 확보하겠다는 자세다. 한 전문가는 "중저가 아파트 경매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이 어이질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고가 아파트에는 응찰자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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