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등 국내 4대 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기록을 갈아치웠다. 금리인하 기조에도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인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데다 비이자이익이 크게 늘면서다. 특히 이들 금융사가 상반기 '이자장사'로만 벌어들인 금액은 21억원을 넘어선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공개 석상에서 '이자놀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은행의 영업관행을 강도 높게 질타한 만큼, 금융사의 민생 금융지원 등 상생금융 압박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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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등 국내 4대 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기록을 갈아치웠다./사진=각 사 제공. |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전 금융권 협회장과 함께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 대통령의 '이자놀이' 발언 이후 금융권의 의견수렴 차원에서 긴급히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서 금융권을 향해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영업 모델에서 탈피해, 인공지능(AI)·자본시장 등 기업 투자 분야를 제시하며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내 금융기관도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 이자수익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이 은행의 예대금리차 확대 문제를 겨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4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선 "해외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예대금리차가 벌어져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4대 금융지주가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4대 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0조325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9조3456억원)보다 10.5%(9798억원) 증가한 규모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하락했음에도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개선이 성장을 견인한 결과다.
이들 금융이 상반기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21조92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0조8106억원) 대비 1.4%(2818억원) 늘었다. 비이자이익은 7조2122억원으로, 작년(6조7269억원) 대비 7.2%(4853억원)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충당부채 적립 영향이 소멸된 데다 금리·환율 하락으로 유가증권 및 파생손익 수익이 개선되며 비자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역대 최대 실적에 금융그룹을 향한 상생금융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은행권은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나서야 한다. 총 재원 8000억원 가운데 4000억원을 다른 금융사들과 함께 출연해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후보시절부터 포용금융 확대와 소상공인 금융부담 완화를 강조해왔던 만큼,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을 더욱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국정기획위가 은행의 중소기업 금융지원 노력을 평가하기 위해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를 도입을 고려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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