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힌 프로젝트, 77.7% 진행…내년 상반기 준공
중국·중동 생산능력 확대…글로벌 공급 과잉 심화
국내 기업들 구조조정 필요하지만 협상은 ‘장기전’
정부 조율자 역할 중요성 대두…일각에선 효과 ‘미미’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석유화학업계의 공급 과잉이 내년부터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S-OIL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가고, 중국은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중동에서도 생산능력이 확대되면서 국내외 공급 압력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업계 내에서는 내년 상반기가 구조조정의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 S-OIL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사진=S-OIL 제공


◆샤힌 프로젝트에 중국·중동까지 증설 ‘한창’

28일 업계에 따르면 S-OIL의 샤힌 프로젝트는 7월 하순 기준 77.7%의 진행률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팀크래커 주요 타워, TC2C 리액터, LLDPE·HDPE 폴리머 리액터 등 주요 장치 및 설비의 설치도 완료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S-OIL이 사우디 아람코와 협력해 추진 중인 석유화학 프로젝트로, 울산에 건설 중이다. 총 사업비만 9조 원에 달하며 본격 가동 시에는 에틸렌 180만 톤, 폴리에틸렌 130만 톤, 프로필렌 77만 톤, 벤젠 28만 톤, 부타디엔 20만 톤 등을 생산하게 된다. 

S-OIL은 내년 상반기까지 기계적 준공을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투자는 정유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으나 국내 석유화학 시장 내 공급 과잉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초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재편’을 주제로 열린 국회 포럼에서도 샤힌 프로젝트 가동 후 에틸렌과 폴리필렌 등 공급 과잉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공급 과잉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에틸렌 생산능력 2500만 톤, 폴리에틸렌 생산능력 1750만 톤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중국의 자급률이 100%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추가로 생산능력이 늘어난다면 글로벌 공급 과잉을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중동에서도 석유화학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중동에서 진행되는 석유화학 프로젝트는 8개로, 에틸렌 생산능력만 1123만 톤에 달한다. 중동 석유화학 프로젝트는 쿠웨이트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간다. 

특히 중동에서는 원유에서 바로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만큼 원가를 대폭 낮췄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에게도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조조정 시급한데 이견…“정부 역할 중요”

업계 내에서는 샤힌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글로벌 공급 확대가 본격화되는 내년 상반기가 구조조정의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공급 과잉이 더욱 심화돼 걷잡을 수 없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가동 전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도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합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지만 협상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설비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HD현대 측에서는 자산 평가액이 과도하게 책정됐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수익성이 높은 사업은 가져오고 싶어 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떠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여 협력이나 통합 논의가 쉽게 진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가 중간에서 조율자 역할을 하며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않는다면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은 내년 상반기를 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도 TC2C 설비를 통해 원유에서 바로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할 수 있다”며 “설비가 가동되면 기존 석유화학업체들은 생존이 걸린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는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을 진행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주요 수출국이 중국이었는데 중국이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자급률을 끌어올렸기 때문에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국내에서 구조조정으로 생산량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값싼 중국산과 중동산이 밀려 들어온다면 수익성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내부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외부에서 생산능력을 늘려 국내 시장을 잠식한다면 근본적인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스페셜티 전환, 신사업 진출 등으로 스스로 살 길을 찾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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