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삼성전자가 약 23조 원 규모의 글로벌 빅테크 수주를 따내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부진 탈출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계약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 족쇄가 풀린 뒤 이뤄진 첫 대규모 계약으로, 업계를 중심으로는 이 회장이 '뉴삼성' 행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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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글로벌 대형기업과 총 22조7648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28일 시민들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간판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형기업과 22조7648억 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이번 공급계약은 작년 삼성전자 총 매출액 300조8709억 원 대비 7.6%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단일 고객 기준 최대급 계약이다.
계약 기간은 이달 24일부터 오는 2033년 12월 31일까지로 8년이 넘는 장기 계약이다. 삼성전자는 계약 상대와 구체적인 내용은 경영상 비밀 유지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 기술 경쟁력 증명 시그널… 실적 개선 기대감↑
시장에서는 이번 대규모 수주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부진을 딛고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을지 주목한다. 업계를 중심으로는 삼성전자가 이번 계약을 계기로 또 다른 빅테크의 수주에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발표한 2분기 잠정실적에서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보다 55.9% 감소한 4조60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시장에서는 이 중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이 1조 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는 파운드리의 저조한 실적이 꼽혔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 역시 시원찮은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업계 1위 대만 TSMC의 점유율은 67.6%인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7%로 60%포인트 가량의 격차가 있다. 중국 SMIC는 6%로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따라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번 대규모 수주는 삼성의 기술 경쟁력을 대내외에 증명하는 시그널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손익을 더욱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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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특히 이번 계약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법원 판결로 사법 리스크를 완전 해소한 뒤 이뤄진 첫 빅딜로, 이 회장이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뉴삼성' 비전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7일 대법원에서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에 대해 최종 무죄를 선고받으며 약 9년에 걸친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향후 수주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10월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서 외신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을 갈망하고 있다"며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에 앞서선 지난 2019년엔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오는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직접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최근 대형 고객사 유치에 연달아 성공하며 생산라인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지난달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가 출시한 새 콘솔 게임이 '닌텐도 스위치2'에 탑재되는 메인칩을 8나노미터(nm) 공정으로 생산하는 희소식을 전했다.
또 최근에는 삼성전자 협력 디자인하우스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를 통해 8나노미터(nm) 공정의 새 고객사도 확보하고 양산에 돌입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가에서도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한 신규 거래선을 확보해 영업적자를 해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 파운드리는 신규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기술 경쟁력 회복을 예상한다. 내년에는 아이폰18용 이미지센서(CIS) 양산, 테슬라 등 신규 수주를 통해 적자 폭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계약은 파운드리 적자 해소와 점유율 상승의 발판이 되면서 전반적인 그룹 분위기의 반전도 가능할 전망이다. 글로벌 네트워크 재구축과 AI 사업 협력 등 이 회장의 경영 행보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삼성 다음 행보는?
이재용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떨쳐 내면서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가 주목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다 최근 독일 HVAC기업 플랙트그룹 지분을 100% 인수했다.
삼성전자의 보유 현금은 약 100조 원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대형 M&A 가능성을 뜻한다. AI 관련 기업과 바이오 분야 등이 현재 강력한 인수 대상으로 떠오른다. 다만 이미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반도체 관련 투자액만 100조 원이 넘기에 기존 사업의 반등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파운드리 대규모 계약으로 반도체 사업을 반등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미국 금융증권사 모간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공급망 복귀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8월 말 HBM3E 12단의 샘플링을 진행하고, 4분기 공급을 위한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또한 올해 하반기 6세대 HBM4 제품의 엔비디아 인증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간스탠리는 삼성전자가 8~9월 HBM4 샘플을 출하하고 4분기 엔비디아 인증 심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계에서는 더 이상 삼성전자가 리더십 부재 문제로 흔들릴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오전 10시 2분기 확정실적을 발표하고 컨퍼런스콜을 진행한다. 2분기 잠정 실적은 영업이익 4조6000억 원, 매출액 74조 원으로 시장의 기대를 1조 원 이상 하회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당일 2분기 실적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3분기 전망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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