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해양과 관광의 융합산업인 ‘크루즈 관광’이 대한민국 관광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2023년 27만 명 수준이던 방한 크루즈 관광객 수는 올해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회복이 아닌 ‘재도약’의 신호다. 특히 수도권에 집중됐던 관광 수요가 연안과 지방 도시로 흘러가며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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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항지 부산항에서 하선한 관광객들이 크루즈선으로 돌아오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해양수산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공동 협업체계를 새롭게 구축하고, 전국 7대 주요 기항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크루즈 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부산, 인천, 제주, 여수, 포항, 속초, 서산 등은 항만 인프라 확충, 기항지 콘텐츠 개발, 교통·편의 시설 개선, 출입국 절차 간소화 등 4대 전략하에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실제 17만 톤급 크루즈 한 척이 기항할 경우, 하루 5000명 이상의 관광객이 유입된다. 이는 일반 항공기(300~350석 기준) 10대 분량에 달하는 수치다. 이제 크루즈는 단순한 유람선이 아니라 ‘이동형 도시경제’로 불린다.
크루즈, 관광수지 개선과 지역균형 발전의 열쇠... 정부, 27만명 수준서 109만명을 확대 목표
정부가 크루즈에 주목한 배경에는 '지역소멸 위기'라는 현실이 있다. 2023년 기준 외래 관광객의 80.3%는 서울을 방문한 반면, 수도권 외 지역 방문율은 47.9%에 그쳤다. 특히 어촌과 연안에 위치한 74개 기초지자체 중 41%는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됐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관광객 62명의 소비는 지역 주민 1명의 연간 소비와 맞먹는 수준이다. 지속가능한 지역경제를 위해 외래 관광객을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핵심이라는 얘기다. 크루즈가 해법으로 떠오른 이유다.
정부는 2023년 27만 명 수준이던 방한 크루즈 관광객 수를 2027년까지 100만 명으로 확대한다는 기존 목표를 2년 앞당겨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광 소비액도 2023년 753억 원에서 2027년 2791억 원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부산항 영도 국제크루즈터미널의 CIQ(세관·출입국·검역) 기능 복원, 새만금신항 크루즈부두 개장(2026년 예정), 묵호항 여객터미널 착공 등 인프라 보강이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24시간 무인환전기, 무료 셔틀버스, 관광 안내카드 등 관광 편의시설도 대폭 확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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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 파도타기 플로우라이더(Flow Rider)를 즐기는 관광객./사진=로얄캐리비안 |
7대 기항지 브랜드화... “여수는 낭만, 인천은 Fly & Cruise”
정부는 7대 주요 기항지별로 지역 특성을 살린 테마 브랜드 전략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수는 ‘파도, 섬, 낭만과 힐링’, 포항은 ‘신라부터 근·현대 역사 공존’, 속초는 ‘분단과 명산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특화된 콘텐츠를 선보인다.
인천-제주 간 항로를 중심으로 ‘Fly & Cruise’ 연계상품도 주목받고 있다. 해외 관광객이 인천공항에 도착해 2~3일간 국내 여행 후 인천항에서 출항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단기 기항 관광보다 체류기간과 소비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
정부는 국내외 선사 유치, 지자체와의 공동 포트세일즈, 국제박람회 홍보관 운영 등 민관합동 전방위 유치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작년 ‘Seatrade Cruise Global’ 등 해외 박람회에서는 총 313건의 상담을 통해 약 6400여 명의 방한 크루즈 관광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지역 특산물을 선용품으로 공급하고 전문 가이드 및 승무원 양성 등 크루즈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강화하는 정책도 병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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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항 국제여객 제2터미널에 정박해 있는 16층 규모의 다국적 크루즈 선사 로얄캐리비안의 ‘스펙트럼 오브 더 씨즈’.사진=미디어펜 |
한때 코로나19와 외교적 여파로 침체기를 겪었던 한국의 크루즈 산업은 이제 정부-지자체-민간이 손잡고 다시 ‘출항 준비’를 마쳤다. 지역과 관광이 만나는 ‘바다의 길’, 크루즈는 한국 관광의 체질을 바꾸는 가장 힘 있는 엔진이 되고 있다.
이 기사는 해양수산부와 공동기획으로 제작한 기사임을 밝힙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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