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이재명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재계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 추진 등으로 기업 경영 환경이 위축된 상황에서 세제 부담까지 더해진다면 기업들이 받는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내수 침체는 물론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법인세 인상은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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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항에 수출을 위한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법인세 최고세율 24%⟶25%로 인상
29일 재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곧 ‘2025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24%로 낮췄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약 3년 만에 다시 1%포인트(p) 올리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조세 형평성과 재정 건전성 강화를 이유로 다시 인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복지·민생 예산 확대와 미래산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재명 정부는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세수 결손을 보완하고 재정 건정성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복지·민생 예산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법인세율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법인세율 인상은 최고세율 구간만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구간 인상이 예상돼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과세표준에 따라 법인세율을 2억 원 이하, 200억 원 이하, 3000억 원 이하, 3000억 원 초과의 4단계로 구분해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이번에 1%p씩 인상될 경우 각각 9%에서 10%, 19%에서 20%, 21%에서 22%, 24%에서 25%로 조정된다.
문제는 세수 부담을 감당하기에는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은 내수 침체로 인해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으며, 고정비 부담은 커진 반면 소비심리 회복은 지연되면서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 영업이익 4조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9% 감소했다.
게다가 미국의 관세 부과는 수출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미국과 관세를 놓고 협상 중이지만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경우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줄어든 3조6016억 원을 기록했는데 미국 관세 영향으로 줄어든 영업이익은 약 8282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외부 리스크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 법인세 인상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며 “특히 중소기업까지 부담이 확대되면 버티지 못하는 곳도 발생하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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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상법 개정·노란봉투법도 겹쳐…“친기업 행보 실종”
법인세 인상은 상법 개정 및 노란봉투법 추진과 맞물리면서 재계에서는 이를 ‘기업 옥죄기’라며 비판하고 있다.
상법 개정은 지난 7월 초 통과됐는데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이는 기업의 소송 위험을 증가시켜 경영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여기에 더 강해진 상법 개정안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번에는 자산 2조원 이상의 대형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겨 경영진의 책임과 감시를 한층 강화한다.
노란봉투법도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다음 달 4일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 강화하고,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이 핵심이다.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하청노조의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재계는 이재명 정부의 반기업 정책을 펼치면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친기업을 강조해왔으며, 취임 직후에는 5대 그룹 총수와 6대 경제단체장과 간담회을 갖고 “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반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게 재계 내 중론이다. 재계 내에서는 반기업 정책들이 결국 투자 위축과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상법 개정이나 노란봉투법에 대해 재계는 꾸준하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대안을 제시했으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법인세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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