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여파로 유가 상승…8월 유류할증료 최대 2배 인상
팬데믹·전쟁·외교갈등 반복…항공업계, 근본적 체질 개선 과제 부각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 여파로 급등한 국제 유가가 8월부터 항공권 유류할증료를 최대 80% 인상시키며, 전체 항공료 상승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소비자 부담이 급격히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의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오는 8월부터 항공권 유류할증료가 이달 대비 최대 2배 가까이 오를 예정이다.

   
▲ 대한항공 항공기./사진=대한항공 제공


◆ 여름 성수기 유류비 '급등'…최대 80% 인상

대한항공은 다음 달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구간별로 1만2600원~9만2400원(편도 기준)으로 책정했다. 이달(7000원~5만7400원) 대비 최대 80% 이상 인상된 수치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이달 8200원~4만8100원이던 유류할증료를 1만3700원~7만3900원으로 최대 67% 인상한다.

LCC도 유류할증료 인상에 나섰다. 티웨이항공은 이달 5500~3만9800원이던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다음 달 9600~6만2900원으로 최대 74.5% 올린다. 진에어는 6~15달러에서 8~21달러로, 에어부산도 6~15달러에서 9~21달러로 조정한다.

이번 유류할증료 인상은 지난 6월 발생한 이란-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항공사들은 싱가포르 항공유(MOPS)를 기준으로 유류할증료를 산정하는데, 싱가포르 항공유의 갤런당 평균값이 150센트를 넘으면 총 33단계로 나눠 할증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다음달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이 되는 유가는 지난 6월 16일~7월 15일 갤런당 평균 207.9센트로, 이달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 유가(188.62센트)보다 10.2% 올랐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유가 변동에 따라 운임에 일정 금액을 추가로 부과하는 비용이다. 유류비가 운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항공업계 특성상 유가 변동은 항공사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 변수 하나에도 흔들…지정학 리스크에 수요 위축 우려

항공업계는 외부 변수 하나에도 수요와 수익 구조가 크게 흔들리는 구조다. 최근 태국과 캄보디아 간 무력 충돌로 외교부는 캄보디아 태국 접경 7개 주에 특별여행주의보(2.5단계)를 발령했다. 이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양국 간 휴전이 발효됐지만, 태국 측은 산발적 교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의보 적용 지역은 국내 항공사들의 직접 운항 노선은 아니지만 인접한 방콕·파타야 등 주요 휴양지에 대한 여행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태국은 연간 460만 명이 넘는 한국인 여행객이 오가는 핵심 노선으로 여름 성수기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항공업계는 과거에도 정치·사회적 위기, 감염병, 자연재해 등 예상치 못한 변수에 반복적으로 큰 피해를 입어왔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국경 봉쇄와 전면 운항 중단으로 국적 항공사들이 수천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화물 위주 생존 전략으로 전환해야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유럽 노선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항공사들은 러시아 영공을 피해 우회 항로를 선택하면서 운항 시간과 연료비가 늘었고, 모스크바 노선은 전면 중단된 바 있다. 중국과의 외교 갈등으로 한국행 단체관광이 중단되며, 중국 노선 여객 수가 급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분쟁과 재난, 감염병 등 외부 변수에 유독 취약한 항공업계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완충 장치나 체계적 장기 전략은 부족한 게 현실"이라면서 "부가수익 확대·노선 믹스 조정 등 수익성 다변화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 단기 이슈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중장기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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