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무재해 전쟁' 돌입…릴레이 캠페인까지 총동원
'책임은 원청, 통제는 한계'…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발목
[미디어펜=박소윤 기자]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중대재해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황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요 건설사들이 안전 대책을 앞다퉈 강화하고 있지만, 다단계 하도급 등 고질적인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안전사고에 대한 건설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남 함양~창녕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가 정부의 강도 높은 질책을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에서 또다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고 비판했다. 

해당 사고는 지난 28일 발생했다. 현장 근로자가 천공기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현장에서 숨졌으며, 포스코이앤씨는 사고 발생 다음날 정희민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정 대표는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뜻을 전한다"며 "외부 안전전문가와 전사 안전조직을 총동원해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사고 원인과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 네 건의 중대재해 사고로 네 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바 있다. 1월 김해 아파트 공사장 추락 사고, 광명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 사고, 대구 주상복합 현장 추락 사고 등 악재가 잇달아 발생했다. 

정부의 '안전 중시'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건설업계 전반의 긴장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사망사고 등 산업재해는 비단 특정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13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명 감소했지만 건설업 부문에서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보다 강력한 제재 방안을 예고하고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안'에는 중대재해 발생 시 해당 건설사에 매출액의 최대 3%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최대 1년간의 영업정지를 부여하는 방안이 담겼다.

◆안전 대책 '총동원'에도…구조적 한계 '상존'

다만 건설업계는 그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특히 올여름 이례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주요 건설사들은 온열질환 예방과 근로자 보호를 위한 대응책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중대재해 근절과 무재해 달성을 목표로 지난 21일부터 연말까지 전국 현장을 대상으로 '안전 릴레이' 캠페인을 시행 중이다. 주택, 건축, 토목, 플랜트 등 사업본부별로 권역을 나눠 현장별 특별안전활동을 진행하고, 다음 현장에 '안전 바통'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캠페인이 전개된다. 

SK에코플랜트는 옥외 작업장에 한해 교대근무를 확대하고 1시간 간격의 체온 측정, 아이스조끼·냉방안전모 등 보호장비 지급, 이동식 그늘막과 냉방차량 운영을 통해 폭염 대응에 나서고 있다.

LH는 '체감온도 기반 폭염관리 지침'을 수립해, 체감온도 33도 이상이면 2시간 이내 최소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하고, 35도 이상이 이틀 연속 지속될 경우 옥외작업을 전면 중단토록 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다국어 가이드 배포와 실시간 체감온도 전파 시스템도 현장에 적용 중이다.

이밖에 HDC현대산업개발도 실외 쉼터, 냉풍기, 제빙기 등을 현장에 설치하고, 고위험군 근로자를 집중 관리하며 작업시간 조정을 통해 무더위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는 경영회의에서도 매출보다 안전이 우선순위로 논의된다”며 “이제는 사업성과보다 안전 리스크 관리가 회사의 생존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구조적 한계다. 안전대책 '총집결'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는 특성상 원청에서 하청,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지니고 있다. 안전관리 책임이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원청 차원의 안전 강화 조치에도 하청·재하청 단위에서의 관리가 미흡하면 사고 위험은 여전히 상존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장처럼 표준화된 생산환경이 아닌 건설현장은 매일 기상조건, 작업 인력, 장비 가동 상황이 달라진다"며 "예기치 못한 변수가 많아 모든 리스크를 통제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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