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2030세대의 자동차 구매 패턴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차량 가격 상승과 고금리 부담, '소유'보다 '이용'을 중시하는 문화적 변화가 맞물리며 2030세대는 공유 차량과 중고차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3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차 시장에서 2030의 존재감은 뚜렷하게 낮아졌다. 개인 명의로 등록된 신차 가운데 20대 비중은 전체의 5.7%에 불과했고, 30대는 19.5%를 차지했다. 이 흐름대로라면 두 연령대 모두 10년 만에 최저 점유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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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양산 하북면에 있는 '현대 인증 중고차 상품화센터'./사진=현대차 제공 |
◆ 20·30 신차 구매 급감…점유율도 '추락'
2030세대의 신차 구매 대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올해 상반기 20대가 구매한 차량은 2만906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했다. 30대의 구매량도 9만9611대로 3.1% 줄었다. 현재 흐름이 이어진다면 연말 기준으로 20대는 6만 대, 30대는 20만 대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점유율 하락 폭도 크다. 지난 2016년 20대의 신차 등록 점유율은 8.8%에 달했지만, 지난해 6.7%로 떨어졌고 올해는 이보다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30대 역시 2016년 25.9%였던 점유율이 올해 상반기에는 19.5%로 내려앉았다. 이 추세대로라면 30대의 연간 점유율은 사상 처음 20%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서 2030세대의 이탈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올 상반기 개인 수입차 구매자는 총 8만8090명으로 이 가운데 30대 이하 소비자는 2만6065명(29.6%)에 그쳤다. 반면 40대는 3만1135명(35.3%), 50대 이상은 3만890명(35.0%)으로 중장년층이 수입차 시장의 주도권을 쥔 모습이다. 불과 2022년까지만 해도 30대 이하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수치 감소를 넘어 자동차 시장의 소비 주체가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풍부한 유동성과 투자 열풍 속에서 수입차 소비를 주도하던 2030세대는 경기 둔화와 자산가치 하락이 이어지면서 소비 여력이 크게 줄었고, 차량에 대한 가치관도 달라지며 신차 대신 공유 차량이나 중고차 등 실용적인 대안을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 공유·중고차로 눈돌리는 20·30…"실속 중시"
전문가들은 2030세대의 신차 구매 감소 배경으로 공유문화 확산과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을 꼽는다. 고물가·고금리 상황 속에서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량 가격과 유지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꼭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차량 공유 플랫폼 쏘카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체 결제 금액의 절반 이상이 20대 이용자였다. 이는 2년 전보다 8.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신규 가입자 비중도 20대가 40%, 30대가 21.5%로 나타났다.
또 다른 대안은 중고차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차량 구매를 계획하고 있는 응답자 중 71.7%가 중고차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이 중 74.9%는 20~30대였다.
공유 서비스 확산, 실용적 소비 성향 강화, 높은 신차 가격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젊은층의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는 만큼 2030세대의 소비 행태 변화에 따른 새로운 마케팅 전략과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는 더 이상 자동차를 필수 소비재로 보지 않는다"며 "차량에 대한 가치 판단이 완전히 달라진 만큼 마케팅과 제품 기획 등 전반의 전략 수립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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