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수급정책으로 재정지원 늘리고 불가피 땐 정부 매입
가격안정제 “불가피한 가격하락에 따른 기초 소득안정망”
법 통과 후 1년 보완작업 거쳐 시행령·규칙 마련 후 시행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 2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른바 '농업4법'으로 불리는 법안이 처리됐거나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놓고 있다.

특히 양곡법과 농안법은 그간 농업의 쟁점법안으로 거부권과 재의 요구, 개정안 발의와 개정안의 수정안 등을 거치면서 논의를 거듭해왔고, 법안이 통과 되더라도 위원회 구성과 운영, 정부의 사후대책의 기준 범위, 대상품목 구체화 등을 시행령에 담는 준비과정을 1년간 거치면서 보완작업을 해야 한다.

   
▲ 가루쌀 생육 지도 모습./자료사진=농진청


농안법은 농수산물이 평균가격에 못 미치고 가격이 하락할 때 기준가격 대비 차액만큼 정부가 지원하는 ‘가격안정제’ 도입이 골자인데, 당초 가격안정제는 그간 양곡법 개정안 논의에서 다뤄져 왔으나 이를 분리해 범위가 확대된 농안법이 별도로 의결됐다.

결국 양곡정책과 가격안정을 분리한 지원책으로, 정책의 방향은 선제적 수급관리에 방점을 두고 추진하되, 쌀 과잉분과 평균 이하의 농산물 가격은 정부가 의무적으로 지원한다는 근거를 법으로 명시한 것이다.

정책의 궤도수정은 쌀 가격안정을 위한 시장격리 등의 사후조치를 논 타작물재배 등 전략작물직불금제를 활용한 사전적 수급관리로 전환하고, 수급조절을 실패했을 경우 대통령령으로 남는 쌀 매입 등 사후조치를 발동한다는 방향으로, 문제는 예산의 범위와 발동기준의 범위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예산의 범위에 대해 “현재 재정 당국과 협의 중으로, 1조 원에는 못 미칠 것”이라는 두루뭉술한 답변과 정부 매입에 따른 발동 기준 및 매입 범위를 보완사항으로 남겨뒀다.

우선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주요사항은 양곡수급관리위원회의 심의 의무화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위원회에 생산자단체가 3분의 1의(5명) 비중으로 참여하는 것을 못 박았으며, 쌀 초과생산이 원칙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 수급정책을 제도화하고, 불가피한 경우에 정부가 매입하는 등 책임을 강화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강조한 선제적 사전대책으로는 전체 양곡 계획수립과 수급상황 등을 양곡수급관리위원회의 심의에 따르고 계획된 논 타작물 재배 목표가 달성되도록 충분한 재정 지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논 타작물 재배 관련 예산은 하반기에 1450억 원으로 추가 비용으로 2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는 타 작물 전환에 필요한 기계, 시설장비 등의 지원도 추가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 같은 정책방향과 관련해 “그간에는 쌀 가격 관리에 치중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쌀 산업 발전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개정법안으로 쌀값 변동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또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농지가 산단 등 여러 요인으로 매년 5000ha씩은 자연 감소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가격보다는 쌀 산업 발전에 대한 정책 노력으로 소비자 기호변화 연구, 쌀 가공식품 토대로 해외진출 등 여러 여건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안법 개정안은 매년 농산물수급계획에 기반한 수급 안정 추진체계를 확립하고, 안정적 생산을 위한 지원과 계약거래 활성화 등 선제적 수급조절 정책에 대한 정부 지원 근거를 마련하되, 기준가격 밑으로 가격이 하락하면 농업인이 손실을 보지 않는 수준의 가격안정제를 실시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 또한 선제적 수급관리를 대폭 강화해 수급 안정을 위한 정부, 지자체 등의 정책적 지원과 책임을 강화한다는 것인데, 대상 품목과 평균 가격 산출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작물 생육관리와 안정적 재배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생산, 생산쏠림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농가의 손실을 발생하지 않는 수준을 가려내야 하는데, 주요 품목 등의 결정은 가격안정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양곡법과 같이 생산자단체가 일정 비중으로 참여토록 했다.

농식품부는 우선 쌀과 가격 변동이 큰 주요 5대 채소(마늘·양파·무·배추·고추)를 먼저 품목에 넣고 범위를 전체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준가격은 당초 직전 5년 중 최저가격과 최고가격을 제외한 평균인 평년가격에 경영비, 자가노동비 등 농업에 투입되는 생산비용을 포함에 고려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한 농안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을 내년 8월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대상품목 구체화, 평균가격 산출방안, 전달체계 등 제도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내년 상반기에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안정제는 불가피한 가격하락에 따른 기초 소득안정망 구축으로, 농민 입장에서 보면 이익이 아닌 최소한의 소득 인정인데 발동되면 좋은 일이 아니다”라면서 “농민들이 손실은 보지 않게 한다는 ‘최후의 보루’라는 개념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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