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시키면서 국내 증시에 드러워진 커다란 불확실성 하나가 제거됐다. 다만 뉴스의 크기에 비해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세제개편안 등 국내 고유의 이슈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드라마틱한 급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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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시키면서 국내 증시에 드러워진 커다란 불확실성 하나가 제거됐다. 다만 뉴스의 크기에 비해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사진=김상문 기자 |
3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한동안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한미 관세협상이 25%에서 15%로 인하되는 극적인 합의 내용으로 일단락됐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한국 시간으로 이날(31일) 밤 무렵부터 협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예상보다 훨씬 빠른 31일 개장 전에 결과가 공개됐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했던 기존 25% 관세를 15%로 낮추는 결실을 냈다. 다만 그 반대급부로 3500억달러(약 387조원)의 투자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협상타결 소식을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에 먼저 알린 트럼프 대통령에 의하면 추가로 1000억 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에너지도 구매할 것으로 관측된다.
결과가 어느 정도 나온 상태에서 개장한 우리 증시는 장 초반 갭을 띄우며 상승했지만 오후 들어서까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개장 직후 3288.26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지만 그 이후부턴 계속 흘러내리고 있다. 결국 전일 대비 소폭 하락한 채로 오후까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관이 압도적인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를 전후로 한 시점 기준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6500억원어치를 순매도 하며 지수를 누르고 있다. 그나마 개인과 외인이 각각 3750억원, 1700억원어치를 사들이고 있지만 지수 반전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다만 외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는 1조15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있어 현물시장과는 대조적인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업종별로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는 전일 대비 약 5% 급락 중이며 기아는 7% 넘게 주가가 빠지고 있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계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찾기 힘들어졌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인 것으로 보인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한미 무역협상 타결은 2025년 및 2026년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관세비용 부담을 각각 2.0조원, 1.7조원 경감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기아의 경우 관세 부담을 추가로 줄이기 위해서는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하가 필요하며, 기아의 미국에서의 점유율 확대 방침을 고려할 때 기아가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을 줄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올해 내내 압도적인 주도주의 위치를 차지한 한화오션은 이날 또 다시 약 14% 급등하며 주당 10만원 선을 돌파했다. HD현대미포(5.6%), HD현대중공업(4.56%), 삼성중공업(0.80%) 등도 대체로 상승세다.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키던 재료의 결과가 노출됐을 경우 그 결과에 상관없이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이번 관세 협상의 경우에도 곧장 지수 급등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이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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