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25%에서 15%로 인하…에너지 안보도 강화
산업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경쟁 여건 마련”
일각에선 아쉽다는 반응도 나와…“FTA 효과 사라져”
[미디어펜=박준모 기자]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으며, 자동차 관세 역시 15%로 조정됐다. 반도체·의약품에 대해서도 한국산 제품이 타국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미국 측으로부터 확인했다. 이같은 협상 성과로 미국 수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는 50%가 유지되고,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AP)


◆상호관세 인하에 “최악은 피했다”

31일 경제계에 따르면 한국 무역협상 대표단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무역 협상에 최종 합의했다.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자동차 관세도 기존 25% 관세에서 15%로 낮아진다. 또 우리나라는 미국에 조선 1500억 달러를 포함해 총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LNG 등 에너지 제품도 1000억 달러 수입하기로 했다. 

이번 관세 협상에 대해 산업계 내에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먼저 대부분의 산업에서는 수출 경쟁국인 일본, EU(유럽연합)와 동일한 상호관세를 적용받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 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6단체는 한미 통상 협상 타결 논평을 통해 “이번 합의는 수출환경 불확실성 해소는 물론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주요국과 같거나 더 좋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며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제조 경쟁력과 미국의 혁신역량, 시장을 결합하여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시장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의약품 업계도 미국의 한국산 제품을 타국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하면서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관세협상 타결에 대해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감소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의약품 업계는 우리나라가 초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에 대해 200%의 고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것으로 평가된다. 

에너지 업계는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에너지 업계는 원유와 LNG 등에서 중동의 비중이 높았다. 원유의 경우 중동 비중이 약 70% 수준, LNG는 약 40% 수준을 보였다. 

최근 들어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에너지 수입은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국내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중동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원가 경쟁력 확보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강 관세 50% 유지·투자 부담은 ‘아쉬움’

다만 일각에서는 관세 협상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에는 한미 FTA로 사실상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었는데 상호관세 15%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철강 관세 50%가 유지돼 철강업계의 수출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는 지난 2018년 트럼프 정부 1기 시절 25% 철강관세를 협상을 통해 무관세 쿼터로 전환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내심 관세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났다. 

또 미국은 국내 철강업체들의 핵심 시장인데다가 고부가가치 제품을 판매하면서 수익성도 높았던 시장이었기 때문에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US스틸을 인수하면서 그나마 영향을 덜었지만 국내 업체들은 50%의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받게 됐다”며 “미국 시장 내 판매에서 중요한 관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가 크다는 것도 국내 기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는데 일본(5500억 달러), EU(6000억 달러)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GDP를 고려하면 더 부담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조선 분야에만 1500억 달러가 투자될 예정인데 국내 조선사들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에서는 조선사들의 직접 투자는 미미하고, 보증 비중이 높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재무 압박과 자금 조달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투자를 진행하겠지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 내 조선소를 인수하는지 기존에 인수한 조선소에 투자를 하는지 아직 정해진 것은 없으며, 구체적인 투자 방안과 시기가 확정돼야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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