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15% 관세에 ‘불닭’ 가격 인상 예정, 인상폭·거래선 조정 검토
CJ제일제당·농심 ‘관세 무풍지대’, 주력 제품 현지서 생산해 관세 영향↓
K푸드 핵심시장 된 美, 현지 투자 확대 움직임…중소기업 “지원책 필요”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15% 상호관세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승승장구하던 ‘불닭’에도 제동이 걸렸다. 삼양식품이 그간 제품을 전량 수출했던 만큼 관세 여파로 가격 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반면 CJ제일제당과 농심 등 현지생산 기반을 갖춘 업체는 충격을 흘려내면서 현지생산 중요성이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 삼양식품 밀양공장 전경./사진=삼양식품 제공


1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번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 수출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지 거래선 조정 등 다양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삼양식품 현재 ‘불닭’을 비롯한 모든 제품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해외 판매 물량을 전량 수출하고 있어 관세 충격에 그대로 노출됐다.

지난 1분기 삼양식품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했다. 특히 미국은 매출 약 28%를 차지하며 중국과 함께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관세로 인한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그간 수익성 높은 해외 매출에 힘입어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 왔지만, 관세 충격 면에선 오히려 부메랑이 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지난 4월 10%의 보편관세가 부과된 이후 이를 자체적으로 흡수해 왔지만, 이번 협상으로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되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라며 “인상 대상과 인상 폭 등을 검토 중인 단계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미국발 관세로 ‘불닭 열풍’에는 찬물이 끼얹어졌지만, K푸드 확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특히 CJ제일제당, 농심 등 미국에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한 주요 식품기업들은 관세 부과에도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현재 주력 제품 대부분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어 사실상 관세 영향에서 비껴나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핵심 제품인 ‘비비고 만두’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만두소에 포함된 고기 등은 수출 관련 규제가 까다로워 현지생산을 택한 것이 득이 됐다. 또 다른 주력 제품인 냉동 피자도 미국 기업 ‘슈완스’를 인수하며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일부 수출 품목이 있지만 매출 비중은 크지 않은 수준이다. 

농심도 미국에서 2개 공장을 가동하며 ‘신라면’ 미국 물량 전체를 현지 생산하고 있다. 스낵류의 경우 한국에서 수출하고 있지만 물량이 많지 않아 큰 영향은 없는 상황이다. 일찌감치 현지 투자를 늘린 것이 빛을 발한 셈이다.

   
▲ 농심 미국 제2공장 전경./사진=농심 제


K푸드 열풍과 함께 미국이 주요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현지 생산시설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기업들의 현지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SPC그룹은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 주에 1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제빵공장을 건설 중이다. CJ제일제당도 2027년까지 약 7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을 건설한다. 

다만 대규모 해외 투자가 어려운 중소 식품기업들의 경우 장기적으로 수출길이 끊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 현지의 높은 인건비를 상쇄하려면 일정 물량 이상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하는데, 중소 식품기업들의 자본력으로는 효율을 내기 어렵다. 결국 판매 가격을 올리거나 마진을 일부 포기해야 하는데, 이는 시장 경쟁력 약화와 수출 이점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이미 현지 생산 기반을 갖췄거나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체급이 되지만, 중소기업에겐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이번 관세 부과가 당장 K푸드 열풍을 꺼뜨리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K푸드 생태계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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