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 타결되면서 취임 60여일만에 워싱턴 방문 예정
첫 외교장관회담서 "정상회담 내용 충실하게 만드는데 합의"
국방비 인상이 우선 과제, GDP 5% 요구에도 단계적 방침
‘동맹의 현대화’와 연계될 전망…한국, 기술동맹 발전 제안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 관세 협상이 지난달 31일 타결되면서 한미 정상회담도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60여일만에 워싱턴DC를 방문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 타결 소식을 SNS에 올리면서 “2주 내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 일정은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조율에 들어갔다. 조 장관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과 만나 “루비오 장관과 첫 만남이 건설적이고 좋았다”며 “곧 있을 정상회담 날짜를 조율 중이다. 내용도 충실하게 만드는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8.15 광복절 전후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1일 “(아직까지) 2주 안이다, 밖이다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4일 취임한 이후 6일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통화를 했다. 같은 달 16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첫 회동을 앞뒀으나 중동 전쟁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급히 귀국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같은 달 24일 네덜란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한미 정상이 만날 첫 무대로 거론됐지만, 이 대통령이 중동 정세 등을 고려해 불참했다. 

관세를 포함한 경제·통상 협상이 일단락되면서 비로소 마주앉게 된 한미 정상은 ‘한미동맹 현대화’로 불리는 외교·안보 현안을 포함해 한미관계 전반을 다룰 전망이다. 또 이번에 타결된 통상 협상의 일부 세부 내용을 확정하는 후속 논의도 남아 있다. 

우리 측은 당초 관세 협상에서 '패키지 딜'을 시도했으나 지난 7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 따라 이번 협상은 관세·비관세에 집중됐다. 따라서 외교·안보 현안은 곧 다가올 한미 정상회담 테이블로 옮겨졌다. 

우선 꼽히는 한미 간 안보 현안은 한국의 국방비 인상이다. 지난 나토 정상회의에서 밝힌 대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올릴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한국 국방비는 61조2000억 원으로, GDP 대비 2.3%다. 

정부는 국방비를 단계적으로 인상해나갈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국방비는 국제적인 흐름에 따라서 조금 늘려가는 쪽으로 협의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방비 인상은 한미 간 논의가 시작된 ‘동맹의 현대화’와 맞물려 협의될 전망이다. 한미동맹의 현대화는 주한 미군의 역할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대비하던 역할에서 대중 견제로 재조정하는 방안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1일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은 여러가지 요인 때문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원인은 국제정세의 변화, 기술 변화. 또 중국의 전략적 역할이 커지는 것에 대응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방비 인상과 관련해 “이미 우리가 국방비에 대해 산법을 달리 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까지 아니더라도 한미 간 추진 중인 조선 협력과 관련해 함정 수리 비용 등도 넓은 의미에서 국방비 지출에 포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동맹이 다 완벽하게 의견 일치 보기 어렵고, 다른 경우도 들여다봐야 하고, 그래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결국 동맹의 현대화는 1953년 체결돼 70년 넘게 유지돼온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확대 적용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미국이 올해 초 공개한 ‘임시 국가방위전략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억지’를 최우선 과제로 거론한 점과 관련이 깊다. 

즉,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가 중국의 대만해협 봉쇄를 저지하는 역할로까지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럴 경우 한미 방위조약에 명시된 ‘한국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과의 협력도 필요한 우리로선 리스크가 큰 시험대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정부는 한미동맹을 안보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 첨단 기술 분야로도 확대해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우리가 합의한 한미동맹의 현대화도 결국 대한민국 국익에 따른 외교 전략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조현 장관은 첫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한미동맹의 근간을 이뤄온 안보와 경제의 두 축에 더해 AI, 원자력, 퀀텀 등 첨단 기술 분야 협력을 토대로 한 기술동맹을 양국 협력의 세 번째 축으로 발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한미동맹의 현대화의 첫단추를 어떻게 꿰는지 주목되는 가운데 북핵 협상 재개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펌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수차례 러브콜을 보냈고, 이 대통령도 취임하자마가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방송을 중단하는 등 대화 재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따라서 한미 정상이 만나 유화적인 대북 메시지를 함께 발신하는 것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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