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정부의 기업 규제와 관련한 법 개정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국회 과반수를 차지한 민주당이 이전 정권부터 기업 규제 법안들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실제 성사되진 못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서며 상법부터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법, 법인세까지 개정할 것으로 보여 이재명 대통령이 천명한 친기업 기조와는 정반대의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개정을 추진 중인 법안들은 대표적인 반기업 정서를 띄고 있어 경기 불황으로 인한 어려움과 함께 기업 고충이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디어펜은 상법, 노동법 및 법인세 등 기업 규제와 관련한 법안의 개정이 재계와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심층 분석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정부가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기업들의 세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전 구간을 인상한다는 방침이어서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까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인해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기업들의 투자는 물론 고용까지 위축시키면서 국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세계적인 흐름에도 역행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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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법인세 3년 만에 원상복구…최고세율 24%⟶25%
4일 재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25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법인세율을 1%포인트(p)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2022년 윤석열 정부 시절 법인세 1%p를 낮췄던 것을 3년 만에 원상복구하는 셈이다.
특히 전 구간의 법인세율을 일괄적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2억 원 이하 9%, 200억 원 이하 19%, 3000억 원 이하 21%, 3000억 원 초과는 24%였으나, 개편안에 따라 각각 10%, 20%, 22%, 25%로 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까지 세제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세수 부족과 복지 등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세제 개편안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할 경우 내년 사업소득부터 적용된다.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인상을 통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18조5000억 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법인세로 지나치게 많은 부담을 지면서 경영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른 세수 증가분 중 법인세 인상으로 인한 비중이 절반을 넘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법인세 인상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 침체는 물론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으며, 보호무역주의 확산 역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투자도 병행해야 하는데 법인세 부담까지 늘어날 경우 기업들의 성장 동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투자 감소,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국내 경기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정부의 성장 중심 경제정책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제개편안에 법인세율 인상 등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법인세율 인상은 위기 극복의 주체인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켜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인세율 인상, 임시투자세액공제 종료 등은 지원의 실효성을 낮추고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최근 대내외 환경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입법 과정에서 보다 전향적인 방안들을 보완해 주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높아…“우리 기업만 부담 가중”
산업계 내에서는 이미 국내 법인세는 전 세계적으로 봐도 높은 수준인데 재차 인상하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비판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세제개편안이 적용될 경우 최고세율이 25%인 반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평균 법인세율은 23.6%를 보였다. 지방세를 더할 경우 27.5%가 적용되며, 이는 미국 25.6%, 캐나다 26%, 프랑스 25.8%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다.
또 과표 구간이 4단계로 나뉘어 있는 것에 대해서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단일 과표 체계를 적용 중이며. 10개국은 2단계로 간소화된 구주로 운영되고 있다. 3단계도 영국과 룩셈부르크뿐이며, 4단계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나라의 과표 체계는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로, 기업의 성장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기업들이 매출 성장을 하더라도 중소기업에 머무르기 위해 성장보다 세 부담 회피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또 외국에서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낮추는 정책을 펼치는 것과도 상반된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미국 등 주요국들이 법인세를 낮춰 자국 기업의 조세경쟁력을 높이고 외국 기업의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과 대비돼 우리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의 과세 부담을 낮추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다행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 상위 2구간만 적용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중소기업에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국내 경제의 주춧돌인 대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투자 세액 공제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세 부담이 늘어나면 결국 투자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고,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친기업을 강조한 것과 달리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 법인세 인상 등 반기업 행보로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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