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제타 첫 비행…아시아나 화물부문 매각, 사실상 마무리
EU 조건 이행 완료…통합 변수는 ‘마일리지 전환안’만 남아
아시아나, 운임 제한 위반으로 과징금…소비자 신뢰 회복 과제
[미디어펜=이용현 기자]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유럽연합(EU)을 포함해 총 13개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은 후 양사는 주요 이행 조건을 순차적으로 충족하며 통합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만 최종 승인 관건인 ‘마일리지 통합’ 문제가 남아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조율이 마지막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천국제공항 계류장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사진=연합뉴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와 국내 유일의 화물 전용 항공사 에어인천이 통합해 설립한 ‘에어제타’는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첫 항공편을 띄우며 공식적인 운항에 돌입했다. 에어제타는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 과정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등 경쟁당국이 요구한 조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분리·매각되면서 신설됐다.

이로써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조건으로 제시한 ‘화물부문 분리 매각’ 요건은 사실상 충족됐다.

또한 국제 노선·슬롯 반환 조건의 경우 독일 루프트한자, 터키항공 등 제3의 항공사에 인천~프랑크푸르트·파리 노선의 슬롯을 양도하거나 공동 운항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EU의 우려를 해소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파리·로마·프랑크푸르트·바르셀로나 노선과 관련 슬롯을 티웨이항공에 이관하기도 했다.

여기에 저비용항공사(LCC) 부문은 진에어를 중심으로 아시아나 계열의 에어부산·에어서울과의 통합을 추진 중이며, 공정위도 통합을 전제로 기존 기업결합 승인 시 기재된 ‘시장 집중도’ 분석을 조건부로 인정했다.

노조 관련 리스크도 과거 대비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다. 앞서 아시아나 조종사노조는 화물사업 매각과 관련해 전적명령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해 매각 일정 지연 우려는 해소됐다. 

현재 노조는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 가능성을 내비치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통합 일정에 직접적인 변수가 되기보다는 별도의 노동 현안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현재 남은 유일한 과제는 ‘마일리지 통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통합 마일리지 체계가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통합 방식, 전환 비율, 사용 조건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시정 방안을 요구한 상태다. 대한항공 스카이패스팀은 지난달 12일 약 6개월간의 연구와 컨설팅을 거쳐 마련한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공정위에 제출했으나 당일 반려됐다. 

업계에서는 탑승 실적 마일리지 1대 1 교환과 대한항공 1500원, 아시아나항공 1000원 결제 시 1마일 적립 기준 신용카드 실적 마일리지 3대 2 비율을 제시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글로벌 항공업계 관례와 통상적인 시장 가치 차이를 고려할 때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공정위는 소비자 측 반응과 실제 사용상 불이익 가능성에 대해 보다 엄격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장기 고객의 실질 적립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은 추후 수정안을 다시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정위는 “소비자 불이익 우려가 해소돼야 승인 절차가 종결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써 항공업계 ‘빅딜’의 최종 종착지는 ‘마일리지’로 좁혀지는 형국이다.

이와 별개로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국제선 운임 인상 제한 조건을 위반한 혐의로 12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 심사 과정에서 경쟁당국에 ‘통합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운임을 크게 인상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운임 유지’ 조건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미국 주요 노선 등에서 항공권 가격을 인상하거나 할인율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운임을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행위는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시장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경쟁당국은 이를 담합에 준하는 불공정 행위로 판단해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운임 인상 제한 조건 위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존중하며, 이번 조치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재발 방지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운임 조건 위반 판단이 나온 만큼, 향후 마일리지 통합 방안에서 소비자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조치가 요구될 것”이라며 “국토교통부와의 협의 외에도, 공정위와의 신뢰 회복을 위한 해명 및 정책적 보완이 통합 마무리의 마지막 열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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