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골드만삭스 등 비판 가세…與 "오늘이라도 결론 낼 수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 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한국 주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잇따라 내고 있다. 세제개편안에 대한 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코스피 5000을 모토로 내걸었던 이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온전히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라는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 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 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한국 주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잇따라 내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5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정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국내 증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회전자청원 웹사이트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에 관한 청원’은 이미 13만명을 넘어 14만명의 동의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의 관심과 반응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덧붙여 글로벌 IB들까지 가세했다. 씨티그룹은 지난 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에서의 부정적인 세금 뉴스 흐름’에 주목하면서 글로벌 자산배분 계획 중 신흥 아시아 시장에 대한 비중을 ‘중립’으로 축소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씨티 측은 “이번 조치는 시장 가치를 높이려는 '코리아 업' 프로그램의 취지와 180도 반대 방향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해 정확히 세제개편안을 겨냥한 분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4일 보고서를 냈다. 제목이 이미 '한국: 정부의 세법 개정 계획'인 이번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 측은 "이번 개정안 발표 이후 여당 내부의 이견에 대한 언론 보도와 주말 사이 여당 지도부 교체를 고려하면 세금 정책 향방(outlook)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짚었다.

홍콩계 증권사 CLSA도 가세했다. 최근 발간된 보고서에서 CLSA는 "정부 세제 개편안이 국회에서 원안대로 모두 통과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단기적으로는 증시가 반(反)시장 정책에 실망할 것"이라면서 “대통령도 증시 재평가를 계속 강조해온 만큼 이런 청사진에 반하는 세제 개편안 내용은 의외이며, 채찍만 있고 당근은 없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외의 뜨거운 반응을 직면한 당정의 움직임은 여전히 신중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떠난 상황에서 새롭게 선출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5일) 오전까지만 해도 정 대표가 ‘공개 발언 자제령’을 내렸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지만, 정치권에 따르면 조만간 여당이 새로운 결론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이라도 결론이 나오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진성준 의원에 이어 새롭게 정책위의장이 된 한정애 의장 역시 "오는 14일까지 입법 예고 기간으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 중이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두루 살피겠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대주주 기준을) 20억원 수준으로 돌려놓는다는 대안이라면 시장은 곧장 악재로 인식할 것”이라면서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정치권에선 아직도 모르는 듯해 답답할 따름”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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