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6일 보좌관 명의 계좌를 이용한 주식 차명거래 의혹에 휩싸인 이춘석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제명’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 의원은 전날 민주당을 자진 탈당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에서 사임했지만, 당 지도부는 징계 회피 목적의 탈당으로 보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해당 사건은 금융실명제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미공개정보 이용 등 여러 중대 혐의로 수사가 본격화됐다.
이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 도중 휴대전화로 네이버, 카카오페이, LG CNS 등 종목을 조회하거나 거래하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계좌는 이 의원 명의가 아닌 보좌관 차 씨 명의였으며 약 1억 원 규모의 주식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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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명 주식거래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5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기표를 한 뒤 투표함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8.5./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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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씨 명의 계좌를 이 의원이 사용한 정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도 동일 계좌 화면을 확인하는 장면이 포착된 바 있다.
이 의원은 “보좌관의 휴대전화를 자신의 것과 착각해 가져온 것 같다”면서 "차명 거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차 보좌관 역시 “계좌는 자신의 것이며, 거래는 본인이 했다. 의원은 조언만 해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2025년 재산신고에서 본인과 가족 명의의 주식 보유 내역이 없다고 신고한 상태로, 금융실명법 위반과 공직자윤리법상 허위 재산 신고 및 이해충돌 방지 의무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는 전날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이 의원이 탈당으로 징계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당규 제18조와 19조에 따라 ‘징계 회피 목적의 탈당’으로 보고 제명 절차를 밟겠다”고 발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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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차명 주식 거래 의혹으로 탈당한 이춘석 전 국회 법사위원장에 대한 제명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2025.8.6./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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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 주겠다’는 이재명 대통령 기조대로,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엄단하겠다”며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병기 원내대표는 같은 날 후임 법사위원장 임명을 놓고 “비상상황인 만큼 검찰개혁 관련 가장 노련하게 이끌 수 있는 추미애 의원께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며 “다음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이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을 계기로 법사위원장직을 넘기라고 촉구하는 것과는 별개로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직을 야당에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 의원과 차 보좌관을 각각 금융실명법 위반 및 방조 혐의로 입건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 의원이 실질적으로 차명 계좌를 관리하고 주식 거래를 했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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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8.6./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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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의원이 국회 국정기획위 경제분과장, 인공지능(AI) 정책 주관 등 정보 접근성이 높은 지위에 있었던 만큼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내부자 거래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이 의원이 법제사법위원장직을 사퇴했지만, 책임은 끝나지 않았다”며 “위법소지가 명백한 사안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와 형사고발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이 의원의 탈당 같은 꼬리자르기로 덮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정도의 심각한 국기문란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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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6일 서울경찰청에서 보좌진 명의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을 받는 이춘석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사임서를 제출하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2025.8.6./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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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주진우 의원은 이날 오전 이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차명 계좌를 이용한 주식 거래는 단순 실수가 아닌 범죄”라며 “수사기관이 강제수사와 압수수색 등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 의원은 “이춘석 탈당은 전형적인 ‘자진탈당 쇼’이며, 법사위원장직을 유지하려는 민주당의 입법 독주 시나리오 일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공직자 재산신고 실효성, 보좌진 윤리관리, 의원·보좌관 간 이해충돌 방지 등 제도 개선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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