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여파에 화물시장 판도 변화…고부가가치 화물로 수익성 방어
반도체 장비부터 바이오까지…대한항공, 고단가 화물로 수익 다변화 박차
동남아 환적 거점 주목…방콕·호치민·콜카타 제3국 중계 수출 허브로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글로벌 항공화물 시장이 미·중 무역 갈등과 미국의 관세 인상 등 대외 변수로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사들은 북미 노선 위축에 따른 실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화물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북미 화물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과 달리 아시아 화물 시장은 성장하면서 국내 항공사들 사이에선 신흥시장 중심의 노선 다변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 에어프레미아 항공기 화물칸(벨리 카고)에 화물을 싣는 모습./사진=에어프레미아

6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표한 항공화물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전 세계 항공화물 수요(CTK 기준)는 전년 동월 대비 0.8% 증가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회복세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지역 간 회복 속도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북미 지역은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과 재고 조정 등의 여파로 운송 수요가 감소한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성장세를 보였다.  북미시장 수요는 전년 대비 8.3% 수요가 감소했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9.0% 성장했다.

이 같은 시장 변화는 국내 최대 화물기 운용사인 대한항공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한항공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화물 매출은 1조21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화물 운임 상승에도 불구하고 북미 노선의 운송량 둔화가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단순한 물동량 확대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특수 화물 중심의 운송 전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여객 수요가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어도 의약품, 신선식품, 특수장비 등 고수익 화물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에 집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항공은 앞으로도 반도체 장비, 데이터센터 서버 등 고부가 화물 포트폴리오의 지속 확장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이러한 전략을 통해 운송 단가를 방어하고, 수익성 유지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의 15% 관세 확정 이후 전반적인 포트폴리오 확장 및 노선 다각화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언급했다. 

에어프레미아도 고부가가치 화물 중심의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의약품 항공 운송의 전문성과 품질을 입증하는 국제 표준 인증 ‘CEIV Pharma’ 기준을 충족한 의약품 운송을 완료했다. 아울러 양극재, 휴대폰, 자동차부품 등 일반 항공로 화물의 품목 다변화도 추진 중이다.

그 결과, 올해 1월 자체 화물 영업 개시 이후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4월 기준으로 △C커머스 물량 50.9% △미주 커머스 9.5% △휴대폰·자동차부품 등 고부가 물량 29% △신선식품 3.3% △의약품 등 특수 화물 5.2%를 각각 기록하며, 화물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아시아 노선에 집중하는 전략도 주목된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매각을 계기로 출범한 전용 화물 LCC 에어제타는 최근 미국발 관세 인상과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동남아·서남아 노선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특히 에어제타는 방콕, 호치민, 콜카타 등을 환적 거점으로 삼아 ‘제3국 중계 수출’ 모델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는 미국의 관세 부담을 우회할 수 있는 전략으로 방콕·호치민·콜카타는 동남아·남아시아 수출 화물이 집중되는 핵심 환적지로 부상하고 있다.

방콕과 호치민은 동남아 내 글로벌 제조 허브와 인접해 있어 전자기기, 섬유류, 생활소비재 등 고빈도 화물의 환적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콜카타는 인도 동부 산업지대와 연계돼 남아시아와 아세안지역을 잇는 관문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태국·베트남·인도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와 공항·물류 인프라 확충을 적극 추진 중이어서, 향후 역내 항공환적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노선이 아시아 시장의 성장세를 활용해 수요 집중 및 중계 수출 구조 구축에 적합한 전략적 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정세 변화에 따라 항공화물 업계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며 “항공사들이 단순 운송을 넘어 고부가가치 화물 전문성 강화와 노선 확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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