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여천NCC가 자금 수혈을 통해 부도 위기에서 벗어났으나 구조적 위기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공급 과잉과 중동 지역의 설비 증설, 수요 둔화 등이 겹치면서 중장기적인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구조조정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책이 늦어질 경우 제2의 여천NCC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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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천NCC 에틸렌 1공장 전경./사진=여천NCC 홈페이지 |
◆자금 수혈로 여천NCC, 급한 불 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DL그룹은 11일 여천NCC에 대한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DL케미칼은 2000억 원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했으며, 그룹 지주사인 ㈜DL도 DL케미칼의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방식으로 이번 증자에 참여한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지분 50%씩 보유한 합작법인으로, 수익성 악화로 인해 이달 말까지 약 3100억 원의 자금이 필요했다. 한화는 일찌감치 지원을 확정한 반면 DL은 자구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원 여부를 한동안 유보해왔다.
하지만 여천NCC가 부도를 맞을 경우 석유화학업계 전체적으로 피해가 퍼질 수 있는 데다가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결국 DL도 자금 지원을 결정했고 급한 불은 끄게 됐다.
여천NCC는 석유화학의 기초유분인 에틸렌을 생산하며 오랜 기간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해 왔으나 석유화학 업황 침체가 본격화된 2022년부터 적자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지난 2024년까지 누적 적자만 7759억 원에 달했으며, 올해 1분기도 49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운영자금과 고정비를 충당하지 못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3100억 원 규모의 긴급 자금 조달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여천NCC는 대규모 생산시설로 가동률을 낮추더라도 인건비, 유지비 등 막대한 고정비가 발생한다”며 “최근 여수 3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강수를 뒀음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자금 지원은 미봉책 불과해…구조조정 시급
업계는 여천NCC 부도 위기를 넘기면서 다행이라는 입장을 전하면서도 자금 지원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중국의 공급 과잉과 중동의 설비 증설 계속되는 상황에서 단순한 자금 투입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19년 약 2700만 톤이었던 에틸렌 생산량을 현재는 5200만 톤 규모까지 끌어올렸다. 자국 내에서도 모두 소화하기 어려운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동남아 등으로 수출까지 확대하고 있다.
또 중동은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더 저렴한 생산원가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 더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단순 자금 지원은 석유화학산업을 유지하고 있는 그룹에게도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황 반등 없이 적자 구조가 계속된다면 그룹 차원의 재무 건전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근본적인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이 늦어질수록 업계 전반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또 다른 부도 위기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설비 통폐합,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면서 석유화학업체들이 친환경 전환과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까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유도와 규제 완화, 인센티브 제공 등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이번에는 위기를 넘겼지만 대기업이 무너질 경우 중소업업체들도 줄줄이 타격을 받으면서 생태계 전반이 붕괴될 수 있다”며 “정부가 서둘러서 대책을 제시해야 제2의 여천NCC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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