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동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수감 중이던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등의 특별사면·복권을 단행한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손익계산서는 어떻게 나올까.
대통령실은 이번 사면을 정치 복원의 계기로 평가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정했다. 사면을 단행하기 전부터 공정과 상식을 훼손한 ‘내로남불’ 정치 사면, 정권 교체 보은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8월 1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56.5%로 전주 대비 6.8%포인트 하락했다.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등이 포함된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선긋기에 나서기도 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사면이 결정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배경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렇게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경제 문제”라고 말했다.
|
 |
|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5.8.11./사진=연합뉴스
|
전 최고위원은 “그(사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국민들도 많고, 일부 정권 초기에 정치인 사면은 적절하지 않다 이런 주장도 하시는 분도 계시기는 하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사면에 대해 크게 여론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 뿐만 아니라 조 전 대표 등의 광복절 특사에 대한 여론 역시 차갑기는 마찬가지였다.
뉴데일리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웰’이 지난 7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29명을 대상으로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 적정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반대 55.5%, 찬성 38.1%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에서는 57.8%, 30대에서는 63.0%가 반대하면서 2030세대의 반대가 절반을 넘었고 중도층 53.8%에서도 사면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은 민주당에 ‘양날의 검’으로 평가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범여권 결집과 개혁 동력 회복이라는 긍정론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조 전 대표의 정치 복귀가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과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진보 진영의 결집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조 전 대표를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하며 범여권 통합 전략의 핵심 변수로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도층 등의 부정 여론을 의식해 정치적 부담을 우려하는 경계의 목소리가 함께 커지고 있다. 범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꼽히는 조 전 대표 사면·복권이 오히려 민주당의 권력 지형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
 |
|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2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민주당은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텃밭인 호남을 시작으로 충청권 등 일부 지역에서 조 전 대표를 앞세운 조국혁신당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도 있다. 자칫 접전 지역에서 표심이 분산하는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또한 ‘윤미향 사면’은 조국 사면보다 더 강한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윤 전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징역형 확정 6개월 만에 사과와 반성 없이 하필이면 광복절 특사로 사면 대상에 올랐다는 점이 더욱 논란을 키웠다. 여론조차도 ‘어린이날에 조두순, 조주빈 사면이랑 다를 게 없다’, ‘5월 18일에 전두환 사면하는 것과 같은 꼴’이라며 거센 비난이 이어졌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기다렸다는 듯 ‘조국·윤미향 사면’을 놓고 맹공을 퍼부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피눈물을 팔아 개인의 사리사욕을 챙긴 반역사적 범죄자를 광복절에 사면했다”며 “국격을 시궁창에 처박은 만행”이라고 날을 세웠다.
|
 |
|
▲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5월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승만기념관 건립 시도 및 예산편성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12일 “대한민국 이재명 대통령, 두 달을 지켜보았지만 당신은 자격이 없다”며 “사면발니보다 못한 조국, 윤미향 사면”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애써 조국·윤미향 사면의 보호막을 치는데 여념이 없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전 의원에 대해 “법률상 기부금품법 위반은 맞지만, 상식적으로는 횡령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등록된 법인 계좌가 아니어서 법 위반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내정된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위안부를 위한 명예회복 활동에 평생을 바쳐온 사법 피해자 윤미향의 명예를 회복하는데 광복절 특별사면권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번 조국 사면은 범여권 결집과 개혁 드라이브의 동력이 되기도 하겠지만 냉담한 국민 여론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새로운 정청래 당대표가 매번 강조하는 강력한 개혁과 내란 청산 의지가 자칫 광복절 특사 후폭풍으로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통령의 광복절 특사 단행은 민주당의 개혁 손익계산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는 응답률 5.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였다.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 적정성’ 조사는 응답률은 2.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상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