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시즌 통과하며 주가전망 악화…공매도 잔고 연중 최고 수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미국 증시 주요 지수들은 물론 일본 닛케이지수마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연초부터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지켜오던 국내 증시는 최근 들어 부진해진 모습이다. 정부의 정책 혼선이 한국 증시에 대한 매력도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는 사실상의 매도 의견인 '중립' 라포트를 쏟아내고 있고, 공매도 흐름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와 여론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 미국 증시 주요 지수들은 물론 일본 닛케이지수마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연초부터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지켜오던 국내 증시는 최근 들어 부진해진 모습이다./사진=김상문 기자


1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의 흐름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 전반적인 흐름은 부정적인 기류가 가깝다. 미국 S&P500·나스닥 지수가 간밤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일본 닛케이 지수마저 약 1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코스피 지수의 흐름은 상응하고 있지 못하다.

논란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정부의 정책 혼선은 분명 국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진 못하고 있다. 이른바 ‘주식을 잘 아는 대통령’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세제개편안 혼선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여당이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증시 상승세도 꺾여가는 분위기다.

여기에 실적시즌이 맞물리면서 증권가에선 달라진 분위기가 포착된다. 대표적인 것이 ‘중립’ 의견의 분석 보고서들이다. 매도 리포트를 거의 내지 않는 국내 증권가 분위기를 고려할 때 투자 의견을 매수→중립으로 내리는 것은 사실상의 매도 사인이나 다름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2일 기준 에프앤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국내 상장사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하는 증권사 리포트는 총 112개나 쏟아졌다. 반면 ‘상향’ 보고서는 48개에 불과했다. 112건의 하향 보고서 가운데 단 1건을 제외한 모든 리포트가 매수→중립의 사례였다. 작년 이맘때 발표된 하향 리포트는 38개에 불과했다.

국내 증시의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주는 또 다른 흐름은 공매도 잔고 증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 공매도 잔고는 10조원을 넘기며 연중 최고치 수준을 맴돌고 있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약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공매도 잔고가 불고 있다는 것은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이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러 지표들이 맞물리면서 궁극적으로는 투자심리와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정부·여당의 정책 혼선이 공매도 세력에게 투자 기회를 주고 있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주식을 주제로 하는 대형 카페나 게시판에는 비슷한 내용의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에 대한 국회 국민청원에 10만명 넘는 투자자들이 몰린 것만 봐도 국내 투자자들의 비판여론이 얼마나 거센지 알 수 있다”면서 “상반기 지수 상승폭이 컸던 만큼 정부정책 방향에 따라 낙폭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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