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임상 데이터 기반으로 위고비 독주 견제…노보노디스크, 위고비 가격인하 '맞불'
국내 개발 비만치료제, 한국인 맞춤 치료 및 삼중작용제로 차별화 시도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글로벌 비만치료제 강자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나란히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서 비만치료제 경쟁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강력한 감량 효과와 가격 경쟁력으로 무장한 빅2의 공세에 맞서 국내 제약사들은 GLP-1·GIP·글루카곤을 동시에 겨냥한 삼중작용제, 복용 편의성을 높인 경구제 등 차세대 혁신 신약 개발로 생존 전략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 일라이릴리,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사진=Wikimedia Commons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차주 국내 상륙을 예고하면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위고비와 함께 양강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마운자로는 위고비와 비견될 정도의 효능은 물론 저렴한 약가로 경쟁력을 갖췄다. 이에 노보노디스크도 국내에서 위고비의 가격을 40% 인하해 경쟁 접근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마운자로는 성분명 터제파타이드로 GIP와 GLP-1 두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다. 기존 국내에서 사용되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GLP-1 단일 기전인 것에 비해 마운자로는 두 가지 경로를 활용해 포만감 증가, 식욕억제, 혈당 조절, 인슐린 분비 개선 등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또한 마운자로는 임상시험 결과 72주 투여 시 체중 감소율 22.5%를 기록하는 등 기존 치료제 대비 월등한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직접 비교 연구에서도 위고비군의 13.7% 대비 높은 체중 감소율인 20.2%로 확인됐다.

위고비의 경우 지난해 국내 출시 이후 단기간에 비만치료제 시장을 70% 이상 점유하면서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위고비는 기존 GLP-1 단일 작용제 대비 월등한 체중 감량(평균 15%) 효과로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관심을 받았다.

이번 마운자로의 출시로 양강체제가 구축되면서 국내에서 개발중인 비만치료제들의 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해졌다.

마운자로, 위고비 두 제품은 모두 주 1회 자가주사 방식의 프리필드펜으로 투여되며 주요 부작용인 위장관계 이상반응(구토, 설사 등)의 빈도와 양상도 비슷하다. 다만 투여 용량 증량 단계와 장기적인 효과 지속성, 가격 변동성이 소비자의 선택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 효능이 입증된 두 제품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차별화 전략이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사 중 2026년 하반기 비만치료제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미약품은 GLP-1, GIP, 글루카곤(GCG) 세 가지 수용체를 동시에 겨냥하는 삼중작용제인 HM15275를 개발 중이다. 임상 결과 근육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25% 이상의 체중 감량이 목표로 기존 단일 또는 이중작용제 이상 효과의 효과가 기대된다. 이는 글로벌 베스트 인 클래스 신약 도약을 목표로 한 경쟁력 확보 전략이기도 하다.

장기간 주사제를 맞는 데 따른 환자 불편을 경감하기 위해 디앤디파마텍 등 여러 국내 제약사는 경구용 GLP-1 계열 후보물질과 마이크로니들 패치 같은 새로운 제형을 개발 중이다. 이는 복약 순응도 증대로 이어져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평가된다.

이외에도 비만, 당뇨, 심혈관, 신장질환 등 대사 관련 복합 질환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다기능 신약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국인 체질과 임상 특성에 맞춘 ‘맞춤 치료제’ 개발로 부작용 최소화 및 효능 최적화를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성공적인 삼중작용제와 경구제가 시장에 나오면 국내 제약사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약효, 편의성, 가격 경쟁력이 비만치료제 시장 판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마운자로가 뛰어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위고비의 시장 독주를 흔들면서 두 제품 간 치열한 시장 점유율 경쟁이 예상된다"며 "국내 제약사들은 아직 임상 개발 단계인 관계로 당장은 틈새시장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강화하며 시장 진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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