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메탄 발생 줄인 유전자 보유 벼 품종 ‘감탄’ 개발
메탄·비료 줄여도 손실은 7% 그쳐, 탄소 감축 기대
친환경 단지 우선 보급, 저탄소 인증·고품질 브랜드 전략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최근 이상기후와 병해충의 증가, 온실가스 배출 문제 등으로 벼 재배 여건이 악화하면서, 쌀 생산을 둘러싼 농업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8월 18일은 쌀 산업의 가치 인식을 확산하고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지정된 ‘쌀의 날’을 맞아 그린라이스 사업으로 개발한 저탄소 벼 품종 ‘감탄’을 소개했다.

   
▲ 온실가스 저감 유전자 보유 품종 ‘감탄’./사진=농진청


‘그린라이스(Green Rice)’ 사업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농수축산 부문에서 27.1%를 감축한다는 정책으로, 화학비료를 적게 사용하고 메탄가스가 적게 발생하는 품종을 통해 자원 투입을 줄이고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형 벼를 말한다.

논에서 이뤄지는 벼 재배는 농업 분야에서 메탄가스(CH4) 배출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논에 담수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런 환경은 토양 내 산소가 거의 없는 무산소 조건을 형성하고, 이 조건에서 벼 뿌리에서 분비되는 물질을 메탄 생성균이 이용해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며 생성된 메탄은 벼의 줄기를 통해 약 90%가 방출된다.

논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줄이는 방법은 중간물떼기·논물 얕게 걸러대기 등 논물관리와 규산질 비료 시용·볏짚관리·경운관리 등 여러 기술이 있지만, 기술의 다변화를 위해 품종 육성을 통한 메탄 저감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감탄’은 그린라이스 사업의 첫 성과물로, 밥맛이 우수하고 잎도열병과 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 등 병에도 강해 친환경 농업에 적합하다.

특히 ‘감탄’은 유전자 조작 등 인위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자연적으로 벼에서 발생한 ‘gs3’ 유전자를 전통 육종방법(새일미·신동진 교배)으로 도입해 개발한 품종이다. 벼는 생장하면서 뿌리에서 메탄을 발생시키는 고세균 먹이 물질 메타노젠을 배출하는데, gs3 유전자는 이 물질이 적게 분비되도록 작동해 메탄 발생을 줄이고 대신 벼알을 굵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의 육종방식은 특정 유전자를 이용해 메탄 발생을 줄인 연구 모두 형질전환을 통해 만든 GMO 식물체였다. GMO 식물체는 우리나라 일반 농업인들은 심을 수 없는데 gs3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이 유전자를 이용해 품종을 만들면 농가에 보급할 수 있어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정부에서도 친환경 재배를 권장함으로써 비료를 적게 처리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비료를 적게 처리하면 쌀의 단백질 함량이 줄어들어 밥맛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료를 적게 주면 수량이 많이 줄어들어 실제 농민들이 꺼리고 있는데, ‘감탄’은 비료량을 반으로 줄여도 수량 감소율이 7%에 그쳐 농가의 적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료를 50% 줄이면 수확량이 15~20% 감소하지만, ‘감탄’은 약 7%만 줄어 생산성 손실도 현저히 적다. 또한 장비 투입이나 별도의 재배 관리 없이 품종 교체만으로 메탄 발생을 줄일 수 있어 실용성과 현장 적용성이 높은 게 장점이다.

   
▲ ‘감탄’의 주요 농업 특성./자료=농진청

연구 결과, 기존 벼와 대비하면 메탄이 약 16% 적게 발생하고 비료를 절반으로 줄이면 약 24%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농진청은 올해부터 2년간 ‘감탄’을 전북특별자치도 부안, 충청북도 청주, 경상북도 예천에서 현장실증연구를 진행키로 하고, 9월 연시회를 통해 수요자 의견을 수렴하고 보급 확대를 위한 현장 적응성 강화에 나선다. 

향후 친환경 단지를 중심으로 종자를 우선 보급하고, 저탄소 인증 및 고품질 상표(브랜드) 쌀 전략과 연계해 시장 확대와 농가 소득향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병우 농진청 밭작물개발부장은 “‘감탄’은 세계 최초로 특정 유전자를 활용해 전통 육종으로 개발된 메탄 저감 벼 품종이다”라며, “앞으로도 탄소중립과 식량안보, 환경 보전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벼 품종개발과 재배 기술 연구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다”라고 밝혔다. 

‘감탄’ 품종이 실제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국가온실가스 배출계수 등록을 해야 하는데, 만약 배출계수가 이번 연구처럼 16% 감축량으로 등록이 된다면, 10만ha 재배 가정 시 벼 재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의 약 2.3%(17.1만톤)를 감축할 수 있게 돼, 개별 품종으로는 첫 등록 사례가 될 수 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