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산업 경쟁력 위축 우려" vs 복지부 "게임 과몰입 방지해야"
업계선 "등재만으로도 산업 전반에 부정적 낙인"… 릴레이 시위도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오는 10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초안 개정을 앞둔 가운데, 업계에서는 국내 게임 산업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며 신중론을 요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 최휘영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 문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15일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는 국무조정실 주도로 민간협의체를 꾸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는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분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지난 2019년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ICD(국제질병표준분류)에 반영하면서 논란은 촉발됐다. KCD가 ICD를 국제 표준으로 간주해온 관행에 따라 게임 질병코드가 등재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 가운데 문체부는 게임의 산업적 가치에 초점을 두며 게임 질병코드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게임은 질병'이라는 낙인효과로 인한 산업 경쟁력 위축이 불가피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복지부는 공중보건 관점에서 게임 과몰입은 방지해야 한다며 유보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질병코드를 도입할 경우 게임 과몰입에 대한 의료 정당성이 확보되면서 공공지원이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정부 부처 간 이견은 최근 진행된 문체부·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표출됐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게임은 종합예술의 한 분야로, 문화예술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질병으로 생각하면서 접근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질병코드 도입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WHO의 질병분류에 따라 공중보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민관협의체 논의를 통해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부처로서 의견을 잘 전달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게임질병 코드 등재가 확정될 경우 오는 2027년 개정안 고시와 시범 적용을 거쳐 2031년부터 시행된다. 업계에선 게임 질병코드 도입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등재만으로도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낙인을 찍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전세계적으로 게임이 문화콘텐츠 산업의 핵심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프레임은 국내 게임 산업 발전만 발목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게임이용자협회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참가자들은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복지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을 규탄하며 △게임 이용과 중독의 혼동 △WHO 권고의 국내 실정 미반영 △정신건강 진단에 따른 낙인 우려 △게임 산업 위축과 고용 감소 가능성 등을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충분한 공청회나 토론 없이 도입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는 점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협회장 이철우 변호사는 "복지부는 질병코드 도입 여부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의도적으로 게임을 중독관리대상으로 치부하고 있으며, 국무조정실은 민관협의체 운영을 6년 넘게 끌어오고 있는데 아직도 논의 중이라는 이유로 아무 정보도 밝히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게임 특별위원회가 게임 질병 코드 도입 유보를 제안한 사실도 있는 만큼, 정부의 전향적인 결정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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