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재명 대통령은 15일 8.15 광복절 80주년을 맞아 경축사를 통해 9.19 군사합의를 단계적으로 복원하고,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대북 메시지를 밝혔다. 일본을 향해선 “경제 발전에서 중요한 동반자”라고 표현하고, 셔틀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이 분단을 빌미 삼아 국민을 편 가르기했다”고 지적하며 이념과 진영에서 탈피하는 정치 문화의 변화를 촉구했으며,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말로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생존하신 애국지사에 대한 국가보훈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는 앞으로 정부가 남북 간 신뢰회복을 위한 일관된 조치를 이행하면서 일체의 적대행위가 없을 것을 강조하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숱한 부침 속에서도 이어지던 남북대화가 지난 정부 내내 끊기고 말았다”면서 “엉킨 실타래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야 한다. 먼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지금 당장 신뢰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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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광복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2025.8.15./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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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취임 직후부터 단행한 대북전단 살포 중단,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정부는 실질적 긴장 완화와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남과 북은 원수가 아니다. 남과 북은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관계”라면서 “남북기본합의서에 담긴 이 정신은 6.15 공동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까지 남북 간 모든 합의를 관통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가능한 사안은 바로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이고, 단계적으로 복원해나가겠다. 나아가 교류협력 기반 회복과 공동성장 여건 마련에 나서겠다. 북측이 화답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이며, 주변국과 우호적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한반도”라며 “비핵화를 위해 남북, 미북 대화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는 최근 북한이 ‘김여정 담화’를 발표하면서 여전히 ‘남북 2국가론’을 주장한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의 화해와 협력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동시에 북한은 물론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가와 국제사회를 향해 한반도 비핵화 및 남북 협력을 근간으로 하는 대북정책을 피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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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5.8.15./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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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이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는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한일수교 60주년이다.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는 말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먼저 “한일 양국은 오랫동안 굴곡진 역사를 공유해왔기에 일본과 관계를 정립하는 문제는 늘 중요한 과제이다.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계신다. 입장을 달리하는 갈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시에 우리는 독립지사들의 꿈을 기억한다”며 “가혹한 일제 식민지배에 맞서면서도 언젠가는 한일 양국이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선열들의 염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 있어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면서 “국익 중심 실용외교 원칙으로 셔틀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면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상생 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뢰가 두터울수록 협력의 질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일본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로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도 촉구했다.
마침 이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자신들의 패전일 추도사에서 13년만에 반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또 이시바 총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대신 사비로 공물료만 봉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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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5.8.15./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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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분단 체제는 국토를 단절시켰을 뿐만 아니라 거대한 장벽이 되어 우리국민을 갈라놓고 있다”면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은 분단을 빌미 삼아 끝없이 국민을 편 가르며 국론을 분열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의 정치에서 탈피해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제안하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현 국제정세에 대해 “우리 모두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고 진단하고, “한미 관세협상은 하나의 파도에 불과하고, 앞으로 또 다른 파도가 시시각각 밀려올 것이다. 급변하는 질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미래가 흔들리고, 국민의 삶이 위협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치이다 마침내 국권을 빼앗겼던 120년 전 을사년의 과오를 되풀이할 수 없다”며 “2025년 을사년은 그때와 달라야 한다. 한걸음 뒤처지면 고단한 추격자 신세이지만 반걸음 앞서가면 무한한 기회를 누리는 선도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과학기술의 육성, 에너지 고속도로를 비롯한 에너지 전환, 문화 강국의 힘을 거듭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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