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재무장관과의 통화서 수상 욕심 밝혀…언급 빈도도 늘어나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오는 15일(현지시간) 개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구체화하게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크게 굳혀질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노르웨이 재무장관과 통화하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욕심을 밝혔다고 노르웨이 경제지 다겐스 나링슬리브가 보도했다.

   
▲ 푸틴과 트럼프./사진=연합뉴스


익명의 소식통은 다겐스 나링슬리브에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재무장관이 지난달 오슬로의 거리를 걷고 있을 때 갑자기 트럼프의 전화를 받았고 통화에서 "트럼프는 노벨상을 원했고 관세에 대해 논의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스톨렌베르그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을 지낸 인물로 노르웨이의 저명한 정치인이다. 또한 노벨평화상은 노르웨이 노벨위언회가 수상자를 선정해 오는 10월 발표한다.

스톨렌베르그 장관은 트럼프와의 통화는 인정했으나 노벨평화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는 우리 총리와 통화하기 전에 관세와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대화 내용에 대해 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백악관 측근들 사이에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이 유력할 수 있다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NBC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노벨상을 총 7차례 언급했다. 이 중 6차례의 언급이 지난 6~7월에 몰려 있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언론 브리핑 네 번 중에 세 번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거듭 주장하기도 했다.

레빗 대변인은 특히 지난달 한 브리핑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6개월 동안 평균에 한 달에 한 번 한 번꼴로 평화협정이나 휴전을 중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줄 시점이 이미 지났다"고 주장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지난달 백악관에서 트럼프의 중재로 평화 선언에 서명한 뒤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지난달 백악관에서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는 서한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NBC는 백악관 안팎의 상황을 전하면서 미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에 앞서 노벨평화상이 트럼프 참모진들 사이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한 현직 백악관 관리는 이와 관련해 "대통령은 자신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하다고 느끼나 자신이 수상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본인보다는 자신에 대한 책을 쓴 사람에게 노벨상이 돌아갈 것이라고 언급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푸틴과의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종전 해법이 나올 경우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자신이 노벨평화상의 유력한 후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트럼프는 푸틴과의 개인적인 관계와 자신만이 가진 협상력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할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하지만 자유무역 체제에 관세 충격파를 일으키는 등 기존 국제질서를 뒤흔들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노벨평화상 가능성은 어림도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전직 영국 외교관은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수상 욕심은 해외 정가에서는 농담 같은 게 돼버렸다"면서 "캐나다, 파나마, 그린란드 등에 대한 (점유권) 주장을 비롯해 관세 전쟁, 미국 내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공격은 미국 정부를 (노벨평화상의)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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