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부담·가산점 효과 제한…LCC 참여 저조
실익 체감 없는 운수권 인센티브, 정책 설계 개선 필요
안전 강화 대책이 수익 구조에 직접 영향…정부 지원 요구
[미디어펜=이용현 기자]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항공 난기류 안전 강화 대책이 1년이 넘도록 LCC(저비용항공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해당 대책은 국토교통부와 항공안전기술원이 공동 개발한 위험 기상정보 공유 체계와 난기류 정보를 포함한 민간 기상 서비스 활용 시 운수권 배분에서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비용과 효과, 수익 구조 등 현실적 이유로 LCC들의 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지난 5월 갑작스러운 난기류에 휘말려 큰 피해를 입은 싱가포르항공 항공기 내부./사진=로이터연합뉴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8월 내놓은 '난기류 안전 강화 대책' 후속 조치로 운수권 배분 규칙을 신설 중이다. 난기류는 대기가 갑작스럽고 불규칙하게 변하는 현상으로, 항공사고의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11개 항공사가 지난해 보고한 난기류 발생 건수는 2만7896건으로 전년 대비 35.6% 증가했으며, 지난달 30일에는 미국 델타항공 여객기가 심한 난기류를 만나 승객과 승무원 2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항공 안전 강화 필요성이 다시 주목받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위험 기상정보 공유 체계에 참여하면 정성 평가 측면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난기류 정보 공유 기능이 포함된 민간 기상 서비스를 활용하면 운수권 배분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후자의 경우 항공사의 전체 보유 항공기 중 난기류 기상 서비스를 제공받는 비율을 기준으로 정량 평가가 이뤄진다. 매년 국내외 노선에 대한 운수권을 배정받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해당 서비스 도입을 통해 받은 가산점으로 높은 수준의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는 기존부터 운용해오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 4개사를 제외하고 에어프레미아 외 다른 LCC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LCC 입장에서 해당 서비스가 쉽게 도입하기 어려운 구조여서다.

첫 번째 이유는 비용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난기류 예측 장비와 서비스는 기체당 연간 비용이 50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 항공기의 비중이 높은 LCC가 민간 기상 서비스를 전체 기단에 적용하면 연간 많게는 수십억 원 규모의 고정비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보유 항공기가 30대인 LCC가 전 기단에 시스템을 도입하면 연간 15억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고, 5년이면 75억 원 이상이 누적되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사용하던 기상 정보 체계에도 안전상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정부에서 권장하는 민간 기상 서비스를 도입하기에는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둘째로는 가산점 효과의 제한성이 꼽힌다. 국토부에 따르면 안전성 평가 항목에서 얻는 가산점은 전체 평가지표에서 1~2점 정도를 올릴 수 있다. 

운수권은 신청 항공사의 부문별 점수를 따져 최고점자에게 주는데, 통상 최하점 항공사와 점수 차이가 3, 4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서비스 도입 시 운수권 배정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경쟁사도 동일 시스템을 도입하면 상대적 차별성이 사라진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운수권 경쟁에서 1~2점 차이가 당락을 가를 수는 있으나 모든 항공사들이 똑같이 난기류 서비스를 도입하면 투자만 늘고 실질적인 인센티브는 없는 수준”이라며 “운수권을 따냈다고 해도 반드시 수익성이 높은 노선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 입장에서는 수십억 원을 들여 참여했는데 정작 배정된 노선이 적자 노선이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회사 재무에 남게 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항공사 운항증명(AOC) 심사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항공사는 1년간 운수권 배분에서 전면 배제된다. 지난해 12월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의 경우 난기류 예측 서비스 도입으로 가산점을 확보해도 당장은 효과가 전혀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에서는 정부가 단순 가산점 인센티브를 넘어 비용 부담 완화와 실익 체감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 ‘가산점 → 운수권’ 구조만으로는 참여 유인이 부족한 만큼, 비용 부담 완화와 정책적 보상을 결합해야 LCC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경우 지난해부터 국토부의 난기류 안전 대책 강화권고에 따라 착륙 40분 전부터 기내 서비스를 종료하고, 기내에서 라면 판매를 중단하는 등 부대 수익 활동을 중단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안전 강화 정책이 서비스 도입 비용 뿐 아니라 실제 항공사 수익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LCC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기단 전체에 필요한 장비·서비스 도입 비용 일부를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으로 지원하면 LCC의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안전 강화 대책이 항공사의 수익 감소에 영향을 주는 만큼. 전체 기단 적용이 부담스러운 항공사의 경우 일부 항공기 장착만으로도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부분 적용을 인정하면 참여 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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