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전력·AI 결합·전력 효율 혁신, 가전 '새 표준'으로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저전력 설계와 인공지능(AI) 기술 결합이 가전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에너지 절감과 탄소 배출 감축이 글로벌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사용자 환경과 생활 패턴을 분석해 전력 사용을 최적화하는 친환경 AI 가전이 '뉴노멀'로 자리하는 모양새다. 

   
▲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의 삼성전자 '비스포크 4도어 냉장고'를 체험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I 기술을 가전에 접목해 저전력 소비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사용자의 환경과 생활 패턴을 학습, 불필요한 전력 소비를 줄이고 예측 진단 기능을 더해 기기 전력 효율을 높이는 식이다. 냉장고는 문 열림 패턴을 분석해 냉각 효율을 최적화하고, 세탁기는 세탁물 양·오염도를 인식해 물과 전력 사용량을 조절한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에너지 고효율 가전은 '비스포크 AI 식기세척기'다. 해당 제품은 AI 절전 모드를 통해 사용 패턴과 식기 오염도를 분석, 세척 강도와 시간을 자동 조절해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줄인다. 세척 시간이 95분으로 동급 식기세척기 중 가장 짧고, 기존 제품 대비 물 사용량도 약 10% 줄였다. 이를 통해 월평균 사용 기준 전기 소비량도 줄이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또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 무풍콤포 갤러리' 에어컨' 역시 생활 패턴과 실내 환경을 분석해 전력 사용량을 최대 30% 절감하는 고효율 모델이다. 자사의 시스템 에어컨도 약 20% 전력 절감 기능을 갖췄다. 

LG전자 역시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내놓고 있다. 올해 선보인 신형 'LG 트롬 AI 오브제컬렉션 워시타워'는 세탁물 무게와 오염도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세제와 물 사용, 세탁 시간, 세탁 패턴을 최적화한다. LG 씽큐(ThinQ) 앱과 연동해 사용패턴별 에너지 소비와 절전 모드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고효율 제품을 내놓는 배경에는 각국 정부의 규제·지원 정책이 있다. 한국에선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을 시행 중이며, 유럽에선 에코디자인과 에너지 라벨링 규제, 미국의 에너지스타 인증 등 정부 차원의 지원과 규제가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의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운영하는 정부 지원책이다. 소비자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모델을 구매하면 최대 30만 원을 환급해 주는 제도로, 고효율 가전의 시장 보급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지원 대상 품목이 확대되고, 신청 절차가 온라인 중심으로 간소화되면서 접근성이 높아졌다.

   
▲ 고객들이 LG전자 베스트샵에서 고효율 가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전자 제공


◆ 디자인은 물론 전력 효율·친환경…소비자 선택 기준 바뀐다

소비자들의 구매 기준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전처럼 디자인과 기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 가치를 구매 요소 중 하나로 보는 경향이 강화됐다. 단순히 전기를 덜 사용하고, 제품 성능이 좋은 것을 넘어 '환경에 덜 해롭다'는 가치가 구매 결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확대되는 시장 규모가 이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지온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에너지 고효율 가전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2210억 달러로 집계됐다. 해당 시장은 연평균 약 8% 성장률을 보이면서, 오는 2032년까지 약 4410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듯 정부 지원과 소비자 수요, ESG 기조가 맞물리면서 고효율 가전은 가전 업계의 뉴 노멀이 되고 있다. AI 기술력을 접목한 저전력·친환경 제품이 곧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저전력·친환경 가전이 시장 주류로 자리 잡는 한편  향후 시장의 생존 조건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가전은 에너지 절감과 편의성은 물론, 환경 기여도까지 평가받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기업 간 경쟁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ESG 성과와 브랜드 가치로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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