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경제 수준 향상에 따른 에어컨 보급 확대, 전기화 추세 등으로 평범한 가정의 전기 사용량이 증가한만큼 이를 반영해 가정용 누진 요금제 개편을 추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다자녀 가구의 경우 한 사람당 전기 사용량은 오히려 적어도 식구가 많아 가구 전체의 전기 사용량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징벌적 전기 요금'을 부과받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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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력 본사 전경./사진=한국전력 제공 |
17일 정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누진제 전기요금은 주택용에만 적용된다. 산업용과 일반용(상업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7∼8월 주택용 전력 요금 체계는 '300kWh 이하'(1kWh당 120원), '300kWh 초과 450kWh 이하'(214.6원), '450kWh 초과'(307.3원)의 3단계로 구간을 나눠 위로 갈수록 요금이 늘어난다.
기본요금도 300kWh 이하일 땐 910원으로 가장 낮지만, 300kWh를 넘으면 1600원으로 오른다. 450kWh를 초과하면 7300원이 적용된다.
즉 여름철 가정용 전기요금은 300kWh, 450kWh 선을 넘는지에 좌우되는 구조다.
450kWh를 '전기 과소비'의 기준으로 보는 현행 기준은 2018년 이후 8년째 변함없이 유지 중이다.
문제는 경제력 향상과 기후 변화에 따른 냉방 수요 증가, 일상의 전기화 가속 등 구조적인 경제·사회적 변화로 평범한 가정의 전기 사용량이 증가해 3단계를 나누는 300kWh, 450kWh의 기준선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수행한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4인 가구의 7∼8월 월평균 전기 사용량은 427kWh였다.
전기 사용 확대 흐름 속에서 업계에서는 5년이 지난 현재 평균 4인 가구 사용량이 이미 500kWh에 가까워졌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실제 지난해 8월 여름 한전의 통계를 보면 이런 방향으로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전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국내 2512만가구(가구 구성원 수 무관) 중 월 사용 전기가 450kWh를 초과해 전기요금 최고 누진 구간인 3단계 적용을 받은 가구는 1022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40.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처럼 평균적 가정이 '전기 과소비 가구'로 간주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일상화된 가운데 전기요금 누진제가 정책적으로 장려하는 두 자녀를 낳는 등 가구원이 많아 가구당 전기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전기 이용자들에게 오히려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측면까지 생겼다.
장철민 의원은 "에너지 절약도 중요하지만 현 전기요금 누진제는 기후 위기와 생활 방식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가구원 수가 많은 다자녀 가구에 불이익을 줘 출산 장려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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