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그로스 "10년물 금리, 4.25% 이하 하락 어려울 것"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미국발 금리인하 기대감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미국 채권투자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서학개미’들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포착된다. 이들은 올해 들어서만 미국 채권을 10조원어치 넘게 담았지만, 이달 들어서는 매수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채권왕(Bond King)’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마저 미국 장기물 국채보다 배당주 등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 미국발 금리인하 기대감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미국 채권투자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서학개미’들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포착된다./사진=김상문 기자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리인하 사이클에 올라타기 위해 미국 국채 관련 투자에 대한 서학개미들의 행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 11일까지 미국 채권을 약 10조6000억원어치 매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미화 약 76억2181만달러 규모이며, 이 자체로 작년 전체 순매수액에 육박하는 정도다. 

미국 국채 관련 투자세에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곧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특히 지난 1일 발표된 7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시장 예상치(10만명 증가)를 밑도는 7만3000명 증가에 그치는 등 이상신호가 포착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티브 미란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이 연준 이사로 합류한 점도 기준금리 인하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다만 서학개미들의 미 채권 매수세는 이달 들어서 다소 주춤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역시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의 채권 순매수액은 1월 6억 9102만달러, 2월 12억7656만달러, 3월 8억862억만달러, 4월 12억3230억만달러, 5월 15억2604억만달러, 6월 9억3289만달러, 7월 9억1264만달러 등으로 하반기 들어 속도가 다소 늦어진 모습이다.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만 놓고 봐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채 순매수액은 2억8696만달러를 기록해 전월 동기(7월 1~14일) 대비 약 35% 급감했다. 여전히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살아있지만 그 확신의 강도에는 미묘한 차이가 포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채권왕(Bond King)’으로 유명한 빌 그로스는 ‘10년 이상 장기 채권을 미국 정부가 너무 많이 발행하고 있어 가격이 오르기 힘들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블룸버그와 X(옛 트위터) 등에 따르면 그는 “10년물 금리가 연 4.25% 이하로 하락하기 어렵다”면서 “미국 정부의 적자 확대, 채권 공급 증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불확실성이 높은 장기 국채보다는 배당주나 인공지능(AI) 관련주에 투자하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현재 서학개미들은 변동성 높은 장기물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종목만 2조원 넘게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 자금의 향방이 어떻게 될 것인지도 시장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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