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무장” 이어 김여정 "리재명, 역사의 흐름 바꿀 위인 아냐"
“기만적 유화 공세…작계 5022 검토 사실에 주목”…전문가 “자신들의 조건 환기”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0일 이재명 정부에 대해 “기만적인 유화 공세”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대통령실은 즉각 “일방의 이익이나 누구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북 당국자가 우리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왜곡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들은 일방의 이익이나 누구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라 남과 북 모두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것이다. 정부는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뒤로하고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여정의 발언은 윤석열 정부에서 보여온 남한에 대한 무관심 기조에서 벗어나 오는 25일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 등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 만큼 이날 대통령실과 통일부는 즉각 반응을 내고 평화 공존을 지향하는 정부의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전날 열린 북한 외무성 주요 국장협의회 소식을 전하면서 이 회의에서 김 부부장이 최근 서울에서 나온 '우리(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다'고 한 것을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김여정은 “한국이 대조선(대북) 정책이 급선회하고 있는 듯한 흉내를 내고 있다”며 “서울에서는 어느 정권 할 것없이 제멋대로 꿈을 꾸고 해몽하고 억측하고 자찬하며 제멋대로 희망과 구상을 내뱉는 것이 풍토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고장난명이라고 그런 결의를 저 혼자 아무리 다져야 무슨 수로 실천하겠나”고 했다.

또 “확실히 리재명 정권이 들어앉은 이후 조한(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 무엇인가 달라진다는 것을 생색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진지한 노력’을 알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무리 악취 풍기는 대결본심을 평화의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해도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문재인으로부터 윤석열에로의 정권교체 과정은 물론 수십년간 한국의 더러운 정치체제를 신물이 나도록 목격하고 체험했다. 결론을 말한다면 ‘보수’의 간판을 달든, ‘민주’의 감투를 쓰든 우리 공화국에 대한 한국의 대결야망은 추호도 변함이 없이 대물림해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연합뉴스

김여정은 “리재명은 이러한 력사의 흐름을 바꿔놓을 위인이 아니다. 우리는 리재명 정권의 근간을 이루는 외교, 국방의 수장인 조현과 안규백이 후보자로 지목됐을 때부터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서슴없이 말하데 대해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의 이 같은 발언 직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8일 5000톤급 구축함인 ‘최현호’를 방문해 한미훈련을 직접 비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한국의 합동군사연습은 가장 적대적이고 대결적인 의사를 보여주는 뚜렷한 입장 표명”이라며 “도발적 성격과 위험성을 내포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최근에는 핵 요소가 포함되는 군사적 결탁을 기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런 변천하는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주동적이고 압도적인 변화로써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해군의 첨단화, 핵무장화의 과업을 강조했다.

한편 통일부도 이날 ‘김여정 발언’과 관련해 입장을 내고 “남과 북 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대북·통일정책의 기본 방향에 대해 지난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이미 밝힌 바 있으며, 앞으로 이를 이행하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여정의 ‘리재명은 이러한 력사의 흐름을 바꿔놓을 위인이 아니다’라는 발언과 관련해 “역으로 남북관계 단절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의 ‘힌트’를 암시한 것, 즉, 자신들의 조선을 환기한 것”이라는 전문가 평가도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선 흡수통일 지향(헌법 제3조의 ‘영토’, 제4조의 ‘자유·민주 기본질서 평화통일’)과 대북 ‘주적’ 인식, 한미연합훈련과 한미 핵협의그룹(NCG), 한미 새 연합작전계획인 ‘작계 5022’의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김여정은 이번에 “화해의 손을 내미는 시늉을 하면서도 또다시 벌려놓은 이번 합동군사연습에서 우리의 핵 및 미사일 능력을 조기에 ‘제거’하고 공화국령내로 공격을 확대하는 새 련합작전계획 ‘작계 5022’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는 2022년부터 기존 작전계획인 작계 5015를 대폭 수정해 약 10여 년 만인 지난해 고도화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응하는 새 작전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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